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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이 글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날 부문’을 수상한 걸 계기로, 『경향신문』 2016년 5월 18일 자에 발표된 것이다. 후에 『문신공방 둘』에 수록되었다. 블로그에 이미 올린 줄 알았는데, 검색이 안 되어서, 처음 게재라 가정하고 올린다.기꺼이 ‘마침내’라고 말하고 싶은 소식이 왔다. 무슨 뜻인가? 한국의 작품이 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한국문학의 위대함을 빛냈도다, 라고 간단히 외칠 수는 없다. 사연은 더 복잡하다. 해방 이후 한국문학은 한글의 우수성에 힘입어 독자적으로 생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또한 한글의 고립성 때문에 유통에 심각한 곤란을 겪어 왔다. 1990년대 들어 번역이라는 가속기가 본격적으로 가설됨으로써 한국문학은 세계 독자들의 손 안에 가 닿을 수가..
※ 이 글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접해, 매일경제 10월 11일자에 '한국문학 가뭄 끝 단비 … 한강 소설은 찢긴 역사 고스란히 불러내는 도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글이다.“가뭄 끝에 단비”라는 우리 속담이 이렇게 맞춤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도 곱으로 그렇다. 10일 저녁 스웨덴으로부터 날아온 소식은 혼탁한 정치판과 사고뭉치 SNS로 인해 더럽혀진 눈과 귀를 단김에 씻어주었다. 이 비는 청정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문학의 오랜 갈증을 마침내 해갈한 상쾌한 소나기였다. 노벨문학상이 문학의 최종 가치를 보장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건 문학 그 자체에 있지, 문학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오늘 확실히 새길 것은 한국문학이 오래도록 기다려온 이 낭보를 품에 안은 한강의 문학이 한국문학의 고유..
한강의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수상이 전해지자 한국의 모든 미디어들은 앞 다투어 기사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지금 인터넷에 들어가면 거의 엇비슷한 내용의 무수한 이야기가 떠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사건 뒤에 숨어 있는 한국문학의 지속가능한 생존의 필요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한다. 우선 이 소식은 한국문학에 관해 세 가지 차원에서 의미를 띤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 안으로 진입하는 각별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순수한 미학적 판단을 통해서 한국문학이 세계 독자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셋째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방식’의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