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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1950년의 한국전쟁이 왜 문제가 되었나? “세계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부차적이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내란’이 일어났을 뿐인데, 서양의 지식인들이 왜 그리도 법석을 떨었을까? 무엇보다도 그 전쟁이 한국인들의 골육상쟁이기에 앞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냉전 체제의 시험장이자 파열구였기 때문이다. 그 시각에서, 한국 전쟁은 지구를 두 쪽으로 쪼갠 거대 이념의 사활을 건 싸움의 무대이자 또한 앞으로의 세계의 향배에 대한 상징적 지표로 기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념의 선택과 마주해 있던 서양 지식인들로 하여금 한국전쟁을 긴박한 눈길로 바라보게 하고 치열한 논쟁에 휘말리게 한 까닭이다. 정명환․시리넬리․변광배․유기환, 네 사람의 공동연구서(민음사, 2004)가 공들여 재구..

※ 이 글은 계간, 『문화와 나』(삼성문화재단) 2020년 가을/겨울 호에 「감염병의 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것이다. 잡지가 간행된 지 시간이 꽤 흘렀다고 판단되어, 블로그에 싣는다. 1. 미래가 없는 인내 옥스퍼드 출판사의 ‘짧은 소개’ 총서에 포함되어 있는 『팬데믹Pandemics – 매우 짧은 소개』는 ‘감염병’에 대한 기술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감염병은 통상 특정한 시기에 예기치 않게 일어나 광범위하게 퍼진 질병 사고를 말한다[i]. 그러니까 감염병은 ‘사고’다. ‘사고’의 성격은 ‘예측할 수 없었다’는 데에 초점이 놓인다. 미리 대비할 수 없고, 원인을 모르니 실상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대강의 윤곽을 그려보기도 전에 지나가 버린다. 지구상의 생명이 사고를 견딜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