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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최규승의 『속』(문학실험실, 2020.08)을 읽다 보면, 어렸을 때 말로, ‘난닝구’를 입고 바람부는 들판에 서 있는 사람이 떠오른다. 이 이미지는 김수영의 「풀」에서 동풍을 맞으며 발밑에서 풀의 운동을 느끼는 인물의 그것과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풀」의 인물이 발목의 감각을 통해서 생의 원기를 주입받고 있는 데 비해, 내가 떠올리는 최규승의 인물은 바람을 맞고 다 헤어진 런닝셔츠를 통해 존재의 해체를 겪고 있는 중이다. 삶이란 끊임없이 존재가 허물어지는 과정이다. 요컨대 최규승의 시를 감싸고 있는 마음은 허무함이다. 그러나 또한 그 마음의 심지는 여전히 단단하게 살아 있어, 자신의 거죽이 무너지는 것을 슬퍼한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저의 넋을 애도하게 한다. 그는 라마르틴느Lamartine처..
울림의 글/시집 읽기
2020. 9. 7.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