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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어떤 소설은 눈으로 읽지 않고 귀로 들어야 한다. 대체로 그런 소설들은 빡빡하게 시작한다. 풍경을 묘사하지도, 사건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어둠이 내린 길가의 불꺼진 창문으로부터 새어나오는 것인 양, 어떤 말소리가 독자의 귀를 멍멍히 두드리기 시작한다. 들리는 얘기로 보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데, 실은 거의 독백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그 말이란 게 한없이 이어져 소설이 끝날 때까지는 결코 미지의 상대방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의 어려움에 지쳐 저녁의 문학로에 발을 들여놓은 독자는 잠시 후회를 할지 모른다. 그가 원한 건 생활의 지겨움을 잊게 해줄 만한 무엇이었다. 그런데, 겨우 뜻도 모를 넋두리라니……. 하지만, 당신이 빡빡함을 참고 이야기를 좀더 듣고 있게 되면 당신은 아마도..
문신공방/문신공방 하나
2022. 12. 13.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