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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비극인가 하면 풍자로 읽힌다. 세상 버림의 노래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의 찬가도 아니다. 정해종의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고려원, 1996)는 그렇게 어정쩡하다. 시로 말할 것 같으면 정리되지 않은 초고들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기묘한 전율이 있다. 그의 우울은 사탕을 씹는 듯이 살똥스럽고, 그의 냉소는 흑염소만큼 쓰다. “LP시대는 물 건너갔다/Liberty, Peace…… 이 케케묵은/먼 훗날 인사동 골목에서나 들어 볼/자유니 평화니 하는 것들, 깨지기 쉬운 것들” 같은 시구는 그런 고통과 독함이 없으면 씌어지기 어려운 시구다. 이 고통과 독한 마음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삶의 어느 순간엔 미치도록/죽음의 언저리를 방황하고 싶은 때가 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거니와, 희망이 덧없음을 알면서도 희망..
문신공방/문신공방 둘
2024. 6. 16.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