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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 2021년 7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정한아의 주인공들은 전형적인 보통사람들이다. 예전에 ‘전형의 창조’를 소설의 핵심과제로 역설했던 평론가가 있었는데, 그 양반이 살아 있다면 증거물로 내놓고 싶을 정도이다. 물론 평론가와 작가가 내놓는 전형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평론가가 요구한 것처럼 영웅적 전형들이 아니라, 현실에서 좌절하고 소심하게 숨어드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오늘날에도 영웅적인 사람들, 즉 널 뛰듯 날뛰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대체로 그 광분(狂奔)들을 보고 넘긴다. 내 생계가 더 급하기..
정한아의 시들 밑바닥에 슬픔의 감정이 가득 고여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장문의 「시인의 말」에는 ‘우산’ 대신 Enough to say it’s far라는 제목의 시집을 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시집은 박재삼의 영역시집, 『아득하면 되리라』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독자는 정한아가 박재삼과 정서적 친연성이 있다는 점을 환기하고, 그의 시를 들춘 순간 근원을 알기 어려운 슬픔을 얼핏 엿본 느낌을 되짚게 된다. 근원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근원을 알 수 없다는 말이고, 담화적 근원, 즉 독자와 함께 이루는 사회적 세계에서 슬픔이 미만하게 된 원인은 알 수가 있다. 그것은 상황은 붕괴되었는데 인간은 멀쩡히 살아 있는 사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