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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3회 동인문학상 6번째 독회의 심사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가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앎의 두 범주 사이에서 헤매는 사람들 『선릉산책』(문학동네, 2021.11)은 표면적으로는 사라짐에 관한 일련의 소설들을 수록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라지는 사람들뿐 아니라 잉여로 남은 존재들도 조명하고 있으며,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첫 작품, 「두부」는 이런 얘기를 전하고 있다. 화자의 치매에 걸린 ‘엄마’와 반려견이 함께 사라졌다가 엄마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누군가 데리고 있는 반려견을 잃어버린 개라고 생각하고 찾아온다. 그런데 사라진 사람의 손녀, 즉 화자의 딸은 그 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개는 ‘두부’일 수..

정용준의 『내가 말하고 있잖아』(민음사, 2020.06)는 청소년들에게 권장하기에 맞춤한 성장 소설(그리고 명랑 소설)이지만 진솔함이 찰져서 성인소설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을 더듬는 아이가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을 하지만, 극복은 쉽지가 않다. 그와 더불어 말더듬 장애를 고치기 위해 애쓰는 교정원 동무들의 고통과 저마다의 부끄러움과 분노와 설움, 그리고 안쓰런 노력들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절실하고도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절실함이 인물들의 행동을 점화하고, 우여곡절의 사건들을 거쳐 마침내 정상인의 상태로 발돋음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소설답게 하는 것은 이 장애 극복의 감동적 드라마 너머에 있다. 드라마 너머에는 ‘언어’가 있다. 교정원 사람들은 그때그때 상태를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