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주혜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두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이주혜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창비, 2023.11)은 현재 가족의 사건으로 인해 야기된 정신적 질환을 ‘일기 쓰기’를 통해서 치유하는 한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분노의 감정이 밤송이처럼 껍질을 뚫고 솟아나는 현재의 사건은 금세 뒤로 숨고, ‘일기’의 형식으로 인물의 지난 세월을 차분히 회상하는 과정이 매우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그 솔직함으로 이 소설은 198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의 사회적 환경과 정신적 정향을 추적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로 충분히 쓰일만하다. 이 소설은 문학의 기능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제기한다. “..

※ 아래 글은 제 53회 동인문학상 마지막 독회에서 선정된 후보작에 대한 인터넷용 심사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이주혜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창비, 2022.07)에서는 에피소드들이 극적 사건을 이루면서 그 각각의 묘사가 박진한 게 돋보인다. 그의 묘사는 유사성의 선을 따라가지 않고 대조의 선을 따라간다. 그것이 그의 묘사의 색깔을 선명하게 하는 원인이다. 사물들의 대비, 성격 차이, 의도와 오해,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즉 대상, 성질, 행동, 동경... 달리 말하면, 명사, 형용사, 동사의 각 시제들 모든 곳에서 대조가 발생한다. 이런 대조 묘사들은 더욱 발전해, 에피소드들 간의 대조로 확대되면서, 작품 전체를 적흑(赤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