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재무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제목이 심상치 않다. 『몸에 피는 꽃』(창작과비평사, 1996)이라니? 이재무는 “엄니 무덤가에 피는 꽃”을 줄곧 노래해 왔던 시인이다. 죽음마저도 따뜻한 안식처가 되는 존재가 바로 그의 어머니이다. 그만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그것은 차라리 한국적 집단무의식이다. 이성복이 인고의 어머니를 투시했을 때나, 박노해가 “어머니, 당신 속에 우리의 적이 있습니다”라고 외쳤을 때나, 그 응시와 절규는 그리움이 없으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어머니는 영원한 회귀의 심연이다. 다만 다른 시인들이 어머니의 바깥으로 빠져나가려고 애쓰고 있을 때, 이재무는 항상 그 자리에 머물렀다. 머물러 단지 서성이지만은 않았다. 그는 그것의 의미를 규정하는 대신에 그것에 거푸집을 설치하고 형상을 본뜨는 일을 했다. 그 형..
오랫동안 한국시가 낮은 포복을 계속하고 있어서인가? 새삼 시의 변화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찰나 같은 인생에서 얼마나 달라질 게 있으랴? 그러나 예전에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 달라지지 않으면 “까마귀가 된다.” 완성의 순간에 말이다. 또 어떤 시인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을” 것을 강조하였다.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것이 실은 찰나 같은 인생을 지나 시대들을 이월하며 끝없이 다른 울림을 갖는 시적 장치를 내장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김승희씨는 예전의 화려했던 수사를 생의 부정성 쪽으로 강력하게 잡아 당기고 있다. 그러자 그 전에는 난분분하던 이미지들이 광기의 천조각으로 펄럭이고 있다. 대지에 묶인 채로 허공으로 비상하려고 몸부림치면서. 이 몸부림에서는 핏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그럼에도 이 몸부림 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