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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제 7회 독회의 결과로 작성된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은행나무, 2023.05)의 ‘책 날개’에 난 작가 소개에 의하면 이서수는 ‘월급 사실주의 동인’이라고 적혀 있다. 간단히 해석하면 ‘생계형 작가’라는 뜻이 되겠다. 실제로 이 소설집의 주된 사건들은 빈민의 각박한 삶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한국문학의 역사는 길다. 최서해로부터 조세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러 작가들에 의해 숱한 작품들이 씌어졌다. 이서수의 소설을 돋보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오늘날의 소설 네트워크(소셜 네크워크가 아니다)에서 보자면, 그의 소설이 사회적 문제..

※ 아래 글은 제 53회 동인문학상 6차 독회에서 후보작으로 선정된 장편소설,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은행나무, 2022.03)에 대한 독회 소감이다. 조선일보의 양해를 구해, 블로그에도 싣는다. 종이지면용과 인터넷 게시용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연이어 놓았다. 지금 다시 읽어 보니, 두 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약간의 과언을 담고 있다. 둘을 함께 읽으면 그 점이 상쇄되리라 믿는다. 다른 가족들의 무능으로 집안 경제를 떠맡은 여성이 능력을 인정받으며 회사에 안착하는 중에, 회식 자리에서 동료가 졸피뎀을 타서 약취한 후 성폭행을 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터진다. 가해자는 무릎 끓고 빌지만, 주위의 불편한 시선 때문에 정작 회사를 그만두는 건 피해 여성 자신이다. 그때부터 여성은 “횐 비둘기가 날..

※ 이 글은 2020년 8월 동인문학상 독회에 제출된 의견의 일부분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이 글은 바로 앞의 글, 「2020년 8월의 한국문학, 바람 서늘」을 참조하면, 그 의미를 좀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서수의 『당신의 4분 33초』(은행나무, 2020.07)는 통속적인 세상에서 문화적으로 성장해가는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묘사가 수월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존 케이지’와 ‘이기동’이라는 두 인물을 지속적으로 대비시키면서 그들의 감정의 추이와 세상에 대한 시선의 변화를 추적한 소설인데,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어떤 교훈이나 설명된 인격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 그 자체이다. 가령 존 케이지의 아버지는 이렇게 아들에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