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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남진우씨의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문학과지성사, 2006)는 “내 낡은 모자 속에서 /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모자이야기」)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서 시인은 말한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우리가 씨의 ‘낡은 모자’를 시의 비유로 읽는다면, 이 시구들은 하나의 시론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선언에 의하면 시인은 변신의 시가 아니라 유랑의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변신의 시란 은유로 가득 찬 시를 뜻한다. 그리고 은유로 가득찬 시란 대상과의 합일이 때마다 충만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유랑의 시에도 은유에 대한 꿈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변신의 시에서와는 달리 거기에는 즉각적인 동화가 일어나..
문신공방/문신공방 둘
2024. 3. 7.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