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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이기성의 『동물의 자서전』(문학과지성사, 2020.09)은 사라진 세계를 슬퍼하는 시들도 채워져 있다. ‘사라진 세계’라고 한 것은, 화자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이 ‘장소’ 혹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장소는 명백하게 있는데, 그러나 사라진 장소이다. 그런 장소의 형상성을 시인은 첫 시부터 눈 덮인 세상의 이미지로 드러내고 있다. 이게 뭘까. 입속에 수북한 눈송이. 하얀 눈 흩어진 벌판에 나는 갇히리. […] 너의 망각 속에서 나는 하얗게 얼어붙으리, 생각하면 이게 뭘까, 내 입 속에 수북한 눈송이. (「망각」) 이 시구에 의하면 사라진 세계는 나의 망각으로 인한 것인데, 그 망각의 결과 눈 송이가 “내 입 속에” 그득 쌓임으로써 ‘나’는 너를 노래할 수가 없다. 그 ‘노래할 수가 없다’라는 사정을 ‘입..
울림의 글/시집 읽기
2020. 11. 9. 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