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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여덟 번 째 독회에 대한 심사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과학은 ‘사이파이Syfy’(과학소설)에게 있어서 필요조건이라기보다는 충분조건이라고 여겨질 때가 많다. 특히 한국에서의 과학소설들은 과학적 지식과 환상적 요소들을 뒤섞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 판타지와 과학소설의 정향은 기본적으로 상극이다. 판타지가 잃어버린 왕국에 대한 향수에 기초해 있다면 과학소설은 미지에 대한 탐구이다. 그 점에서 본다면 김보영의 소설, 『종의 기원담』(아작, 2023.06)은 정통 사이파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인류세’를 넘어 먼 미래의 로봇이, 로봇의 시각으로, 로봇의 방식으로, 로봇의 지..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제 4회 독회를 통해 작성된 독회 의견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올린다. 이갑수의 『외계 문학 걸작선』(문학과지성사, 2023.02)은 우선 썩 다양하고 풍요한 지식을 소설적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그리고 그 지식들은 상식적 선에서 대체로 온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판타지’와 ‘사이파이 S/F’를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은 공상적 지식에 근거하는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하는가 여부이다. 이갑수의 소설들은 분명히 ‘사이파이’에 속한다. 반면 이갑수의 지식에는 과학적 지식과 문화적 지식이 혼잡하게 뒤섞여서, 난삽한 잡학의 더미를 이루고 있다. 이 넘치는 지식 자체는 좋은 창작적 자원이다. 한데, 과잉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