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실과 허구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정치소설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추리소설인가? 아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이명행의 『노란 원숭이』(해냄, 1996)는 한국의 현재 위에 가상의 한국을 입힌다. 그리고 가상은 반-현실도 비-현실도 아니다. 피에르 레비가 적절히 말했듯이 가상적인 것(le virtuel)의 반대는 현실적인 것(le réel)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l'actuel)이다. 가상적인 것은 현실화되기 위해 준동하는 잠재태다. 작가가 입힌 또 하나의 한국은 실제의 한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그 둘은 너무나 닮았다. 실제 한국의 도처에 난 물집들을 슬쩍 건드리기만 하면, 잠복된 한국이 진물처럼 흘러나온다. 가상의 한국은 실제 한국보다 반 박자 빨리 걷는 실제 한국이다. 반걸음의 오차가 무..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7월 독회에 제출된 나의 의견이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조선일보의 양해를 얻어 여기에도 싣는다. 세상이 어찌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건지 젊은 소설가들의 감각이 쉬 와 닿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술 한 잔 하겠느냐”고 말을 건네는 사귐법은 아주 낯설다. 생활이 문란한 연예인을 두고 “완전 난봉꾼이라니까요”라고 표현하는 것도 나에게는 자연스런 표현이 아니다. 하긴 요즘 유행하는 ‘현타’라는 말을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두뇌에 정전이 일어난 적도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이라 전 세계의 기발한 용어들과 희귀한 사례들을 능란히 끌어오는데 정작 한국어 사투리는 사전을 아무리 뒤적여도 모르겠다고 한다. “오두망질”이란 촌로의 말을 조금만 궁리하면 ‘우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