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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이 글 역시 앞의 글과 마찬가지로 김혜순 시인의 『날개환상통』(문학과지성사, 2019)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The National Book Critics Circle·NBCC) '시부문'에서 수상한 걸 계기로 올린다. 이 글 또한 필자의 『'한국적 서정'이라는 환(幻)을 좇아서 - 내가 사랑한 시인들 세 번째』(문학과지성사, 2020)에 수록되었다. ‘나무’는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서 가장 뿌리 깊은 이미지 중의 하나일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한 사전에 의하면 나무는 “가장 풍요하고 가장 널리 퍼진 상징재 중의 하나[1]”이다. 사전의 집필자는 이어서, 엘리아데Mircea Eliade가 ‘성스러운 것’과 만나려는 인류의 심성은 그것이 지상에 자리잡을 수 있는 중심의 자리..

『다시 읽는 한국 시인』(문학동네, 2002)은 문학대법관이라는 칭호가 어울릴 유종호 교수의 비평적 면모를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온당한 해석을 위한 세심한 고려와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솜씨, 그리고 편향된 해석들에 대한 엄한 지적들로 이루어진 각편의 글들은 두루 모범적 판례로 기억해두어도 좋을 것들이다. 이러한 특징은 유종호 비평의 문장(紋章)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새삼스레 풀이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비평가의 입장적 특성 말고도 주목할 점이 세 가지 있다. 그 세 가지가 모두 제목인 『다시 읽는 한국 시인』의 ‘다시’에 함축되어 있다. 우선, 이 책은 임화, 오장환, 이용악, 백석이라는 4명의 월북 시인을 다루고 있다. 잘 알다시피, 네 시인은 30년대에서 6․25 전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