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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백무산의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 2012)는 노동시의 존재이유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그는 노동자 시인이었다. 지금도 그러한가? 그의 시에 등장하는 어휘들은 여전히 그 호칭을 추억하고 있다. “변두리 불구를 추슬러온 퇴출된 노동들”(「예배를 드리러」) 같은 시구가 그것을 또렷이 보여주지만, 그보다는 그가 ‘노동’을 “더 작게 쪼갤 수 없는 목숨의 원소들”이라고 지칭하는 데서 그의 추억의 끈덕짐이 더 진하게 드러난다.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없어서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 수밖에 없는 존재”가 ‘프롤레타리아’라는 마르크스의 정의가 매우 강렬한 실존적 의상을 입은 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노동자적 정념 혹은 사유의 지속을 시인은 어쩔 수 없이 추억의 범주 안에 넣을 수밖..
백무산이 오랫만에 시를 발표하였다(『창작과비평』, 1996 가을). 그의 시를 마지막으로 본 게 93년 가을(『실천문학』)이었다. 거기서 나는 빙하처럼 가득하고 날카로운 슬픔과 마주쳤었다. 고단하고 병치레를 하는 여인이 있었다고 했다. 그 여인이 어려움에 처한 시인을 돌봐주었었다. 헌데 “안부전화를 했더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시인은 “한 마디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꼭 해야 할 것만 같았다”(「「슬픔보다 깊은 곳에」」). 그 말은 들어줄 청자를 찾지 못한 채로 울음 가득히 허공을 떠돌았다. 그러나 유령처럼 떠돌지만은 않았다. 그것은 초혼가처럼 퍼지고 퍼져 그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시인의 가슴이 무너질 때 독자의 가슴도 에이었다. 그의 슬픔이 피를 흘릴 때 독자는 슬픔이란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