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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박쥐의 시학 (1)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아무래도 90년대는 시의 시대가 아니다. 민주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80년대가 시의 시대였다면 그것은 시가 무엇보다도 삶의 본질에 육박하려는 의욕 속에 꽃피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좁은 가슴 속에는 우주가 충만해 있어서, 그의 한마디는 그대로 삶의 비밀을 꿰뚫었던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는 시인의 가슴은 있으나, 우주는 간 곳이 없다. 중심이 사라진 시대, 모든 것들이 “허무의 블랙홀”(진이정)로 빨려들어가버리고, “팽팽히 긴장해도 겨냥할 과녁이 없”(김중식)다고 시인들은 말한다. 시인들의 모든 의욕은 이제 헛심일 뿐이고 “대개의 문자들은/실은 무늬일 뿐이다.” 전대호의 『가끔 중세를 꿈꾼다』(민음사, 1995)는 90년대 시의 적막 중에 태어난 귀중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의 특이성은 시..
문신공방/문신공방 둘
2024. 6. 21.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