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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문학사상』이 600호에 이른 걸 기념하여 축하 메시지를 썼다. 이 오래된 잡지가 특정한 '사상'을 주의로 표방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학적 지향에서도 나와 잘 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잡지는 내게는 '회억 가치 sentimental value'의 품목에 해당한다. 고등학교 때 문학에 유괴된 이후, 나는 문학에 대해 배워야 할 데를 찾지 못한 채, 서점에서 문학잡지를 뒤져보곤 하였다. 그리고 간간이 용돈을 쪼개어 손에 잡혀서 눈망울 속으로 빨려 들어온 것들을 골라 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산 잡지들이 『현대문학』, 『시문학』, 『심상』 등이었다. 『문학과지성』, 『창작과비평』 등 내가 대학에 들어가 탐독하게 될 계간지들은 내 고장 서점들에서는 볼..

※ 아래 글은 2020년 『문학사상』신인문학상 심사 총평으로 씌어진 것이다. 해당 잡지의 11월호에 실렸다. 달이 넘어가 잡지의 가정적 유효성이 소실되었으므로 이 란에 싣는다. 원하노니, “너희 시작이 기묘하니, 너의 끝은 창대하리라” ‘신인문학상’ 심사가 예년처럼 풍성하게 치르어졌다. 1380편의 시, 284편의 중단편 소설, 그리고 35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다. 평론 응모작이 20편으로 소략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심사자가 40여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할 때도 투고작이 15편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평론 지원자들의 수량은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한국인들의 감성주의와 연관이 있을 듯하다는 짐작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히려면 좀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여하튼 평론이 미적거리면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