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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프랑스의 김순기 화백으로부터 장-뤽 낭시(Jean-Luc Nancy)가 8월 23일 돌아가셨다는 메일을 받았다. 1940년생이시니, 81세에 생을 마감하신 셈이다. 슬픈 일이다. 그는 대중적으로 이해되기가 어려웠으나, 높은 수준의 사고력으로 세계의 문제와 향방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내놓았다. 생각나는 대로 적자면, 특히 그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통해서 철학사 혹은 인간 정신의 역사에 오랫동안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할 것이다. ▶ 필립 라쿠-라바르트 Philippe Lacoue-Labarthe와의 공동작업을 통해서 지적 사유에 있어서 협업의 효능을 입증하였다. ▶ 이 공동작업의 결과로서, 라깡의 「무의식에서의 문자의 심급 또는 프로이트 이후의 이성」에 대한 독해의 결과인 『표제로서의 문자Le titre de ..
김순기Soun-Gui KIM의 글과 그림은 글-그림이면서 글/그림이다. 애초에 동양의 전통적인 서화(書畫)에서 출발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화가-시인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글과 그림을 분리시켜서 유사성을 이타성으로 이동시킨다. 그 이동은 유사성 내부에 이타성을 발생시키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유사성의 세계를 통째로 이타성의 세계로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그의 글-/그림은 옛것의 이국취향을 이용하여 새로움을 현시하는 작업과도 다르며, 푸코가 마그리트와 워홀 등에서 찾아낸 유사(類似)의 상사(相似)로의 전환과도 다르다. 푸코가 해석한 마그리트가 근대 예술의 이데올로기로서의 재현의 해체와 반복 유희를 통한 새로움의 발생을 특징으로 갖는다면, 김순기의 서화는 재현 내부에서 재현되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