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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의 2차 독회에 제출된 심사의견 중 위 작품에 관한 대목과 심사위원회 공동의 심사평이다. 조선일보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올린다. ▶ 심사위원회 심사평 영국의 극작가 벤 존슨은 세익스피어를 가리켜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작가”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작가들이 궁핍을 참으며 그와 같은 경지를 꿈꾼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영원의 전당은 결코 예약을 받지 않으며, 과거의 대가를 흉내내는 걸로는 불가능하다. 작가는 오로지 자기의 개성으로만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당대의 문화적 취향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런 작가가 미래의 독자에게 냉대받는 경우는 번다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한때의 취향은 크게 보면 편협한 시류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재는 젊은 소설가인 모양인데, 『그녀가 보인다』(문학과지성사, 2011)는 그의 개성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우선 그의 작품들은 의문을 의문으로서 끝까지 몰고 가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서투른 작가들은 독자의 궁금증을 자신의 조급증으로 옮겨 와 서둘러 답을 내놓거나 아니면 자신이 제기한 의문에 스스로 포박되어 도중에 길을 읽곤 하는데, 김선재는 그가 설치했으나 그가 풀어야 할 미로를 냉정하게 따라가 마침내 막바지에 이르러 해답 그 자체가 아니라 해답의 실마리를 쥐는 데까지 이른다. 그 막바지는 처음에 제기된 사소한 의문이 삶의 의미 전체로 확대되는 때이다. 다음, 그는 젊은 소설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환상을 거꾸로 사용함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환상을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