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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문학동네, 2022.08)는 여성동성애자들을 주 인물들로 등장시키고 있으나, 제재가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형상으로서보다는 좀 더 범위를 넓혀 ‘비사회인’의 범주 안에 인물들을 넣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견은 김멜라의 인물들이 필자가 최근의 한 글(「정선형, 이건 애도가 아니라 곡성이구려」, 『문학과사회』 2022년 겨울)에서 정의했던 ‘욕구형 인간’에 가깝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욕구형 인간’은 ‘욕망형 인간’과 대비되는 인간형으로서, 욕망형 인간들이 사회의 일반 구성원에 해당한다면 욕구형 인간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욕구형 인간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본능에 충실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 경향은 희래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걱정되면서도 왠지 희..

※ 이 글은 동인문학상 2021년 1월 독회로 나간 글이다. 조선일보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 감회 동인문학상의 대대적 개편 원년부터 심사위원직을 맡으셨던 김화영 선생께서 지난 해를 마지막으로 퇴진하신다고 한다. 20년 이상 가까이 모시면서 동고동락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감회가 없을 수 없다. 김화영 선생님은 노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의 독회에 가장 열성적으로 작품을 읽어 오시고 당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셨으니, 저와 같은 후학에게는 한결같은 자극이자 비평적 모범이 되어주셨다. 때문에 지근거리에 계신다는 사실 자체가 기쁨이자 축복이었는데, 아마도 더 큰 목표가 있어서 매달 수다한 책들을 읽고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노역을 벗어나기로 결심하신 듯하다. 사정이 그렇다면 별 수없이 자유..

※ 이 글은 2020년 8월 동인문학상 독회에 제출된 의견 중 일부분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이 글은 함께 실린 8월 독회 의견 전체, 특히 ‘전반적 인상’(「2020년 8월의 한국문학, 바람 서늘)을 참조하면서 읽을 때, 그 의미를 좀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멜라의 『적어도 두 번』(자음과 모음, 2020.07)은 사회화될 수 없는 성소수자들(여러가지 양상으로서의)에 관한 소설들이다. 이들은 교섭불능을 운명적으로 타고난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이다. 시몬느 드 보브와르가 말했던 그 유명한 여자에 대한 정의처럼. 작가는 그 점을 “자기가 뭔지 모르겠을 땐 숫자나 과일이나 색으로 비유해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