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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광장』은 4.19와 함께 태어났다. 작가 스스로가 그 점을 명시하였다. 1960년 11월,『새벽』지에 그 작품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썼다. 잘 알다시피 4.19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혁명이다. 한국인이 제 의지와 제 힘으로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역사(役事)였다. 4.19와 더불어 한국인은 시민으로서 살기 시작했다. 시민으로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1960년의 신진작가 최인훈이 감격적으로 토해 낸 “자유를 사..

※ 아래 글은, 제 53회 동인문학상 제 7차독회에서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대한 독회의견이다. 조선일보 지면과 홈페이지에서 볼 수가 있다. 지면의 제목은 「고집덩어리들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겠다면」이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김태용의 『확장 소설』(문학과지성사, 2022.05)에선 기상한 제목이 먼저 눈에 띤다. 뭘 확장하나? 보았더니 본래의 역사 위에다 일어나지 않은 또 하나의 역사를 보태고 있다. 북한이 개방하여 남한의 기자가 평양을 방문하고, 천재 시인 이상은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데, 그걸 보고 달아난 부인 연심이는 훗날 인민 배우가 되는 문예봉을 만난다. 이런 대체 역사 소설들은 흔한 이야기 수법을 거부한다. 지난날을 반성하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그 대신 아예 시..

1960년 10월 『새벽』 지에 『광장』을 처음 발표하면서 최인훈은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서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힌다. 이 진술은 그저 이 작품이 체제 비판적인 불온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바깥으로부터 들어 온 두 개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보여준 최초의 작품이라는 것만을 뜻하지도 않는다. 『광장』과 새 공화국의 관계는 그 이상이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4․19세대의 인식과 정서 그리고 동경이 통째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도 문학적으로 그렇다. 문학적으로 뭐가 그렇다는 말인가? 그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