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거울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자기를 알고자 하는 마음의 행려는 굽이가 많더라 - 이상의 「거울」을 중심으로 지난 호에, 자아의 인식은 타자의 인식과 동시적이며, 자아와 타자 사이에는 자유의 충돌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는 일방적으로 전유되지도 않으며 타자에게 맹목적으로 의존할 수도 없다. 타자의 근본적 특성은 ‘낯설음’이다. 이 낯설음을 잊을 때 이상한 착각과 환상에 빠지게 된다. 서정시를 “세계의 자아화”로 규정해 온 거의 반세기 동안의 관행도 그 착각과 환상에 해당한다. 이 문제를 차근차근히 살펴보자(지난 호에는 원문 그대로 인용했다가 조판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번부터는 현대표준어로 변형한 형태로 읽어 보겠다.)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
거울 ․ 3 무명의 시간들이 익사해 간 거울 속에는 분홍으로 가려 있는 추억의 창도 있지만 빗질을 하면 할수록 헝클리는 오늘이 있다 그러나, 아침마다 잠이 든 넋을 위해 누군가 힘껏 쳐 줄 종소릴 기다리며 우리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어야 한다. 비가 오고 서리가 오고 국화꽃이 길을 열고 우리 맞는 계절은 늘 이렇게 조화로운데 거울은 무슨 음모에 또 가슴을 죄는구나 (이우걸 시집, 『사전을 뒤적이며』, 동학사, 1996) 보통 독자들은 무심코 지나가겠지만 이 작품은 시조다. 시조하면 무위 자연과 음풍 농월을 떠올리겠지만 그것은 전통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실천 탓이다. 그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시조란 곧 생활 속에서 피어오르는 시절가요임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조인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우걸도 그 중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