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08년 '현대시 작품상' 심사평 본문
불가능한 방식으로 서정시를 완성하기.
위선환 씨의 시는 요 근래 갑자기 한국시의 장을 압도하기 시작한 서정시의 추세와 은근한 긴장관계 속에 놓여 있다. 오늘의 서정시를 조금 재미있게 표현해, ‘자연에 들린 시’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자연에 귀의함’이라는 서정시 본연의 태도를 타고 절대 진리 쪽으로 날아오르려는 황홀경에 빠져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위선환 씨의 시는 정확히 그 반대방향으로 간다. 그는 분명 ‘나’를 자연과 하나 되게 하려는 서정적 지향을 뜨겁게 드러내면서도 그 하나됨에 이르기까지의 집념 혹은 고통, 그리고 그 하나됨의 불가능성의 빡빡한 면모들을 형상화한다. 그것은 그가 자연과 인간의 근본적인 이질성과 정직하게 대결하고 있음을 뜻하는데, 그 때문에 자연에 귀의하려는 그의 의지가 최고도로 뻗칠수록 그 의지는 더욱 깊게 좌절하고야 마는 역설에 그의 시는 직면하고야 만다. 가령, 그는 “돌멩이 한 개를 팔매질하고”는 그 돌멩이의 ‘호(弧)’의 ‘실존’에 빠져서 급기야는 “몇 해가 지나가도록 돌멩이 떨어지는 소리를 못 듣”고야 만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 좌절이 깊을수록 하나되려는 의지는 더욱 끈질기게 지속되는 것이니, 그 방향에서 ‘나’는 자연과 매우 섬뜩한 환각의 도움을 얻어서야 하나로 합쳐지지만 그 섬뜩함의 기운을 타고 곧바로 ‘나’는 이미 ‘죽어가는 자’로서의 자신의 진면목에 마주하고야 만다. 그래서 위선환 시의 ‘나’는 자연에의 귀의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에 귀일한다. 불가능한 귀의에 오래 머무르면, 자연과의 하나됨은 마침내 허공의 육중한 무게로 ‘나’를 추락시키고야 만다. 왜 그렇게 하는가?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의 시적 실천은 우리로 하여금 ‘서정시는 아직도 씌어질 수 있는가’라는 아도르노적 물음 혹은 임철우적 물음에 고통스럽게 다가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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