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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06년 이한열문학상 소설부문 심사평 본문
유일한 응모작인 「붉은 꿈」은 ‘분홍신’의 상징에 반향하는 작품이다. ‘분홍신’이란 지극히 세속적인 욕망의 불가해한 항구성을 가리킨다. 그 욕망이 불가해하다는 것은 두 가지 차원에 놓여 있는데, 하나는 지극히 하찮은 소유욕이 그것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기껏해야 명품이나 날씬한 몸매 혹은 화끈한 사랑 등에 대한 욕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욕망은 이미 좌절한 욕망, 혹은 욕망의 찌끼에 불과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서서히 사그러들기는 커녕 사람의 몸속에서 집요히 꼬물거리면서 끊임없는 불안과 충동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그 욕망의 또 다른 불가해성은 이 욕망의 주인은 욕망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약으로도 퇴치되지 않는 기생충과도 같아서 숙주인 인간을 결코 죽이지 않으면서 인간 속에서 영원히 횡행하는 것이다. 그 하찮기 짝이 없는 것이! 이 하찮음의 항구성 그리고 통제불가능성이 글쓴이로 하여금 생쥐, 비겟덩어리, 땀, 피지, 구두 등으로 이어진 썩 엽기적인 상상력을 동원케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상력의 작용을 오늘날 젊은이들의 정신적 상황을 정직하게 반영하고, 더 나아가, 날카롭게 반성케 하는 정신적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조직적인 구성의 차원에서는 흠결이 많은데, 이는 글쓴이가 ‘붉은 꿈’을 반성의 차원으로부터 생체험의 차원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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