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이성복 산문이 품은 생각의 깊이 본문
우리는 대체로 네 겹의 생각 속에서 살고 있다. 맨 바깥에 감정 그 자체인 생각이 있다. 그 아래엔 논리화된 생각이 있다. 더 깊은 곳엔 반성적 성찰이 움직이면서, 논리가 품고 있는 이기심을 풀어 헤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생각의 피륙을 짠다. 그러나 때로 이 성찰이 크레인의 쇠공처럼 난폭해지는 순간이 있다. “사랑하라, 무조건 사랑하라” 같은 명령은 사랑의 예외적 가치에 근거하고 있으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몸속에서는 광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성복 산문의 생각은 그 아래에서 움직인다. 반성적 사유가 절대적 명제로 굳어버리는 걸 경계하고 그것이 본래 질문이라는 것을 환기시키면서, 그것이 스스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독자를 동참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의 움직임을 근본성의 사유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 일찍이 나는 이보다 더 깊은 생각의 우물을 보지 못했다. (이성복 산문집,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재간, 2014] 표 4)
'문신공방 > 문신공방 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가 되살아나고 있다 (1) | 2024.02.16 |
---|---|
되풀이와 변화 사이- 유병근과 이성복의 시 (0) | 2024.02.16 |
치욕 속에서 부화하는 신생 – 이성복의 「서시」와 「남해금산」 (2) | 2024.02.07 |
고통과 평화를 함께 찾아가는 길—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 (1) | 2024.01.26 |
어떤 생의 아름다움도 생 바깥에 있지 않다- 나태주, 『풀잎 속 작은 길』 (2) | 2024.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