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마리 드 프랑스 (1160-1210)의 「종달새의 노래」 본문

울림의 글/프랑스의 여성시

마리 드 프랑스 (1160-1210)의 「종달새의 노래」

비평쟁이 괴리 2023. 2. 12. 14:11

Le Lai du Laostic _ Marie de France

 

어느덧 여름저녁이 되어 숲과 들판은 녹음이 우거지고 목동들은 저마다 꽃처럼 피어납니다. 방울새들은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감미로운 기쁨을 노래합니다. 마음이 끌리는 데 따라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거기에 전적으로 몰입한다고 해서 놀랄 일이겠어요? 저는 그런 기사(騎士)의 진실을 얘기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사랑에 집중합니다. 부인 편에서도 말들과 눈길로 똑같이 그리합니다. 밤이 오고 주군이 잠자리에 들면, 그녀는 시시때때로 일어나 망토로 몸을 덮습니다. 그리곤 창가로 향합니다. 왜냐면 그녀의 벗이 제 집 창가에 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사실 벗은 거기서 밤을 지새운답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쁨을 나누는 것이지요. 그 이상은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자주 창가에 머무르려고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 일이 잦다 보니 그녀의 주군이 짜증이 나서 왜 일어나서 어디로 가냐고 여러 번 묻습니다. 그녀는 그때마다 대답하지요. “여보. 이 세상에 종달새가 노래하는 걸 듣는 것보다 더한 기쁨은 없답니다. 그래서 여기 나와 있는 거에요. 이 밤에 이리도 달콤한 노래를 듣는 건 엄청난 지복이에요. 이토록 나를 매혹하니 눈을 뗄 수가 없네요.” 주군은 이 말을 듣고는, 화가 치밀고 사악한 생각이 일어, 웃음을 터뜨립니다. 곧이어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 종달새를 포획하자! 집안에 있는 하인 중에 새 잡는 그물이나 덫, 끈 등을 안 가진 이는 없었지요. 하인들은 과수원 곳곳에 덫을 놓았답니다. 개암나무에도 밤나무에도 덫이나 끈끈이가 설치되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종달새는 잡혔답니다. 
하인들은 종달새를 잡아 산 채로 주군에게 바쳤습니다. 그는 새를 손에 넣자 크게 기뻐하면서 곧바로 부인의 방으로 갔습니다. “여보 어디 계시오. 이리 오시오. 내게 하실 말이 있소. 당신을 그토록 잠 못들게 하던 종달새를 내가 끈끈이로 잡았소. 이제 당신은 편하게 주무실 수 있게 되었소. 이제 이 놈이 당신을 깨우지 않을 거요.” 부인이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부인은 주군에게 새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분노에 사로잡힌 영주는 새를 죽여버렸답니다. 두 손으로 목을 부러뜨렸습니다. 못된 짓 같으니라구. 그는 부인에게 새의 시체를 던졌습니다. 부인의 가슴 언저리께에 새의 피가 묻었습니다. 그리곤 주군은 방을 나갔습니다.
부인은 작은 몸뚱아리를 집어 들었어요. 구슬피 울며 그물과 덫을 동원해 종달새를 잡아 온 인간들을 저주했습니다. 그들은 그녀에게서 커다란 행복을 앗아갔습니다. 그녀는 신음합니다. “너무나 슬픈 일이구나! 나는 이제 야밤에 깨어나 창가에 갈 수가 없게 되었다네. 내 벗을 볼 수가 없구나. 그이는 분명 내가 피한다고 생각하겠지. 안돼 그이에게 알려야 해. 나는 종달새를 보내, 이 사건의 전말을 알게 해주겠어.” 그녀는 여린 새의 시체를 금박된 글자들이 새겨진 비단천에 쌌습니다. 종복을 불러 이웃의 벗에게로 가 부인의 말을 전하라고 보냈습니다. 종복은 기사의 집으로 가서 사모님의 안부와 그녀의 전언을 전하고 종달새를 건넸습니다.
종복이 말을 끝내자, 기사는 이 사태를 아파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비겁하지도 아둔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사람을 시켜 쇠나 양철로 만든 게 아니라 황금으로 만든 궤를 만들고 거죽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최고급의 보석들로 장식했습니다. 정확하게 맞추어진 뚜껑이 제작되자, 기사는 종달새를 그 안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궤를 봉인했습니다a fait sceller la châsse[1] . 오늘부터 기사는 그 궤를 항상 몸에 간직할 것입니다.
이 사건은 널리 퍼저나갔습니다. 감출 수가 없게 되었지요. 브루타뉴 사람들은 이 사건을 두고 한 편의 시를 만들었으니, 바로 「종달새」입니다.

[1] châsse 는 궤라는 뜻인데, chasse는 사냥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faire sceller la chasse« 궤를 봉인했다 »라는 뜻 안에 « 사냥을 금지하다 »(종달새를 잡았던)라는 뜻을 감추어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