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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지난 월요일(2009.01.12) 이성복 시인이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내가 쓴 시, 내가 쓸 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새로운 창작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시적 창조는 "중간이나 종합이 아니라 위", "변증법이 아니라 '차원의 이동'"임을 강조하였다. "중간이나 종합이 아니라 위"라는 말은 2차원 평면에서 보면 중간과 종합, 중용과 변증법만이 보이지만, 3차원에서 보면 극단과 중용과 종합이 모두 위의 다른 차원에서 보인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한편 그는 그러한 새로운 차원이 가시적인 차원 아래에 말려 있다고도 하였다. 헬리콥터에서 보면 지상의 호스는 하나의 선에 지나지 않지만 그 호스 위를 기어가는 개미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면이라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비유를 ..
김종철의 『못의 귀향』(시학, 2009)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세계이다. 이야기는 대체로 옛날의 신산한 삶을 애틋이 회상하는 일을 한다. 그 점에서 이야기는 위로와 용서, 거둠과 정돈의 역할을 하는 것, 다시 말해 격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을 넉넉히 받아들이게 하는, 통풍 잘 되는 바구니 같은 것이다. 독특한 것은 그의 이야기가 은밀하게 두 이야기로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삶 이야기’와 ‘말 이야기.’ 그것은 그의 ‘삶 이야기’가 충분히 다스려지지 않는 데서 나온다. 즐겁게, 흔감히 추억하지만 뭔가가 못에 걸린 듯 떨어져 그 스스로 못이 되어 몸의 어느 구석을 슬그머니 찌른다. “못의 귀향”은 ‘못의 귀환’이다. 가령, 식구들이 “밤새 잘 발라 먹은 닭뼈”라든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그렇..
실천문학사에서 제정한 제 1회 노동문학상이 노동자 시인 박노해에게 주어졌다. 박노해는 얼굴이 없는 시인이다. 그의 시집 『노동의 새벽』(1984)에는 1956년 전남 출생, 15세에 상경하여 현재 기능공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 『시와 경제』제 2집(1983)을 통해 시를 쓰기 시작한 이래 그는 한 번도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의 시는 꾸준히 발표되었고, 노동운동의 현장에서는 그의 시가 뜨겁게 낭송되고 있다고 한다. 뿐인가.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는 민중후보 백기완씨에게 출마를 결심하게 한 호소문을 보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노해의 등장은 80년대에 대폭 확산된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층 민중들의 문화적 자기 표현에 기폭제가 되었다. 그것은 한편으로 자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