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림의 글/프랑스의 여성시 (3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미풍과 태풍 오 ! 나는 그늘 짙은 숲의 저녁을 사랑하노니. 숲의 야생의 위엄과 그 숨겨놓은 게 많은 명확함을. 소심하고 뿌연, 창백한 빛 하나가 저 검은 전나무들에 하얗게 쬐이면, 그 전나무들은 찌푸린 이마를 들어 하늘을 향해 되쏘면서 빛이 갈 길을 가리키다가 자신의 궁창을 쓰다듬는 제피로스에 놀라네. 어느 영혼의 비상인 듯, 무언가를 호소하는 속삭임이 아름답게, 알 수 없이 달아나는 듯한 느낌으로 올라오네. 귀는 기울여 이 중얼거림을 해독하려고 하지만 마음은 홀로 자연의 목소리를 알아 들으니, 그건 자연이 이 짙은 어둔 밤, 신비스런 어조로, 죽은 자들에게 나타나,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 또는 갑자기 침묵을 찢으며, 대지의 끔찍한 울부짖음이 솟아오르는 것이기도 해. 그리고 보레아스 [1]의 아들이..
피로 말로 꺼낼 수 없는 불편한 마음으로 이 긴 날들을 보내니, 죽음의 무거운 잠에 들고 싶어라. 이 불안의 날들에, 산다는 것이 마음과 몸 위를 짓누르는구나. 이럴 땐 달콤한 생각을 찾지만 헛된 짓. 웃음 터뜨리는 영상도, 비옥한 추억도. 마음은 한 순간 일어나 투쟁하나, 곧 찌그러져 추락하누나 저의 깊은 권태 아래로 이럴 땐 매혹적인 어떤 것도, 사랑했던 어떤 것도, 각성된 눈에는 그저 눈속임의 광채일 뿐, 그리고 꿈꾸었던 행복이, 설혹 올지라도 우리의 무감각을 이기지 못하리. 소네트 언제나 솔직함을 신주 모시듯 지켜왔는데 모든 고결하고 순수한 감정을 믿고, 고통을 감내하지만 거지가 적선을 구걸하듯, 소망 하나를 갈망하며 이따금 그걸 받으면, 그걸로 오래도록 기운내노니. 그리곤 이 경박한 세상에서도 ..
추억 그의 이미지는, 꿈과도 같이, 어디에나 내 운명을 따라다니네. 내가 청수(淸水)에 몸을 담그면 그도 따라 물 속에 들어오지. 나는 떨면서 저항하나 헛될 뿐, 그의 운동의 선득함이란. 그 이미지 언제나 타오르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뛰고 있네. 그의 매력을 호흡하려고 나 하늘을 바라보면은 하늘과 내 눈물 사이에 그 모습 내 눈 앞에서 팔락거리네 그 감미로움은 압도하네, 배신자의 변덕스러운 욕망이 내 손으로는 잡을 수 없는 투명한 물결처럼 빠져나간 일을. 내게 닥친 불행 사랑하는 이로부터 그리도 멀리 떨어져 혼자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 앙드레 세니에 내게 불행이 닥쳤다오 ! 나는 더 이상 그를 기쁘게 해줄 수 없어. 나는 더 이상 그의 눈에 비친 매력이 아니야. 내 목소리..
15세에 죽은 북치는 병정 바라[1]의 죽음에 대해 젊은 영웅, 네 나라의 희망이여, 의연히 태어나 영광에 싸였도다 그렇게 이루어지고 네 운명은 마감했다. 그리고 네 일몰이 네 여명을 뒤따랐단다. 어떤 분노가 치명적인 것이 되어 너에게 저의 살인무기를 치켜들었니 ? 저 살인자는 네가 아직 네 엄마의 뽀뽀를 받고 있다는 걸 못 보았다는 거니 ? 아이고, 네 눈은 영원히 감겼구나. 은총의 신, 기쁨의 신, 사랑의 신이여, 눈물을 쏟아주시오. 이 아이는 저의 봄날에 쓰러졌다오. 이 아이는 영광과 무기밖에 경험한 게 없어요. 그러나 부당한 미련들은 그만 둡시다. 그가 말하지 않았나요 ? “나는 조국을 위해 죽는 거지요 ?” 프랑스 청년의 마음을 위해서는 그걸로 충분해요. 그리고 그의 죽음이 그의 삶을 보상한 거..
유령의 인사 옛 탑의 꼭대기에 전사의 유령이 우뚝 서 있네요. 그가 침울하고도 예언자적인 목소리로 허약한 수부에게 인사를 하네요. “이보시오, 내가 한참 젊었을 때는, 팔뚝은 강하고, 마음은 불굴이었소. 축제와 영광과 관능의 도취를 차례차례로 맛보았지요. 내 인생의 절반은 전장에서 보냈지요. 나머지 반에서는 안식을 구하였다오. 그게 무엇이든, 나그네요, 그대 욕망을 채우시오. 노를 힘차게 저어 물결을 가르시오.” 나폴리 서신 당신은 알고 있나요 ? 도금양들이 활짝 핀 이 고장을. 하늘의 광선들이 사랑과 함께 떨어지는 땅. 대기엔 매혹적인 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가장 감미로운 밤이 가장 아름다운 낮을 잇는 이곳을 ? 그대 내게 말해봐요. 이런 황홀한 삶을 느껴본 적 있나요 ? 남녘의 태양이 모든 감각을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