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림의 글/프랑스의 여성시 (3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노래 박쥐의 비상, 음흉히, 불안한 눈길로, 기괴하게 헤어진 날개를 파닥거리며 오고, 가고, 횡행한다. 그대 찰나라도 느끼지 않았니 ? 허망한 고통에 푹 빠진 내 영혼이 미친듯이 달려드는 것을, 그대 아득한 입술을 향해. 뚜렷이 보이네 틈만 나면 너는 악덕을 범하는 기묘한 솜씨를 발휘하나니, 그리고 너는 욕망의 불을 지펴놓고는 뒤통수 치는 데는 귀신 같아, 재빨리도 몸을 빼는구나. 이불 냄새와 네 양장에 뿌린 향수가 뒤섞여 너의 매혹적인 금발은 엿같이 엉겨 칙칙해진단다. 너는 거짓과 꾸밈만을 좋아해. 달콤한 말들과 교태로 간지럼을 떠는구나. 너는 키스하면서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그저 스치기만 하지. 네 눈은 파리하게 빛나는 겨울별들 같아. 장례행렬이 우중충히 네 발자국을 따라다닌다네. 네 몸짓은 그림자..
깊은 삶 한 그루 인간의 나무로서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 짙푸른 녹음처럼 저의 욕망을 펼치는 것, 그리고 고적한 밤에 그리고 천둥칠 때 만물의 수액이 제 손 안에서 흐르는 걸 느끼는 것 ! 사는 것, 얼굴 위로 햇살들을 받는 것, 이슬비와 눈물들에서 불붙은 소금을 마시는 것, 그리고 대기 속에 인간의 수증기를 뿜어내는 기쁨과 고통을 열렬히 맛보는 것 ! 생생한 마음으로 공기와 불과 피를 느끼는 것, 대지 위의 바람처럼 맴돌이 춤을 추는 것, — 현실에서 일어서서 신비에 몸 기울이는 것. 떠오르는 아침과 저무는 어스름이 되는 것. 버찌 색을 품은 자줏빛 저녁처럼 진홍빛 심장에 불길과 물이 흐르게 하는 것. 그리고 해맑은 아침해가 언덕에 걸리듯 주저앉은 세상 가두리에서 꿈꾸는 영혼을 가지는 것. 페르시안 ..
전락 나, 가지 무성한 마로니에 바라보지만 꿈이었네. 싹눈들은 파였고 잎들은 떨어졌네. 오 울금빛 나무들의 치명적 전락이여 ! 뇌성치는 가을 재난 속에 휩쓸리도다. 결코 11월은 다시 오지 않을 듯하이. 반면 마로니에여 ! 너희의 팔에 꽃이 피는 날 더운 바람이 네 꽃들을 내 방에까지 던지리라. 그날은 이미 암시처럼 이미 있을 것이라. 패랭이꽃 맹렬한 패랭이꽃 내음 우리 조심스런 영혼을 옛날의 여름들로 데려가려 헛되어 애쓰고 있네. 이 회감의 물결을 타고 패랭이, 패래이 꽃들이여, 우리를 데려다 다오. 우리 유년의 푸른 정원으로 그대들이 보드라운 씨낭 속에 머물러 있던 때 ! CHUTES Je regarde en rêvant les marronniers rameux: Les bourgeons ont cr..
옛 마을 옛 마을이여, 네가 키운 사과들은 어떻게 되었니? 나무는 잔디 비탈에서 쓰러지고 금빛 사과주가 사람들의 입술에서 거품을 내는구나 그리고 향기가 계절을 넘어가네. 옛 마을이여, 네가 품은 영혼들은 어떻게 되었니? 저녁이 집 문턱에서 숨을 내쉬면 은실이 여인들의 손가락에 휘감기네. 그리곤 레이스가 지평선을 수놓지. 옛마을이여, 네 시각들은 어떻게 되었니? 네 추억은 너의 처소에 잠들어 있네. 시간은 산비둘기 곁에서 날아가는데, 네 숲 속의 산들바람은 모든 걸 기억하지. 그러니 지상낙원의 향기를 모든 사과나무 근처에서 지금도 맡을 수 있단다. 작은 새들 너희들 뭐라고 말하는 거니 ? 작은 묘지새들아, 어떤 새들 못지 않게 노래 잘 하는 너희는 그래 노래 부르는 거니 ? 하지만 소리 좀 죽여라. 여기는..
향기에 미쳤네 나는 죽도록 향기를 맛보나니 아프로디테의 미약 과 같아라. 내 몸을 간지르는 심신 탈취의 향기들, 욕망의 하수구를 흘러 퍼지네. 나 그 신비를 만끽하네. 이 아찔한 흡입으로부터. 이탄(泥炭)질의 목초지를 선회하는 고독한 목신(木神)의 몸 냄새. 오 나를 탈진시키는 관능이여, 집요한 손아귀를 가진 내음이여, 겨울이면 갈라지는 밑둥이여, 살이 끈적거리는 버섯들이여, 나를 휘감고 도는 신처럼 그대들의 방황은 내 혼을 빼앗는구나, 내게 신의 비밀을 알려주는 주술사의 노래보다 더욱 신비롭게 꽃다발 나, 비에 젖어 축축한 자작나무를 닮았어요. 지저분한 안개로 시커멓게 더럽혀진 물가의 헐벗은 물푸레나무를. 내 영혼은 오래된 무덤의 푸르죽죽한 색깔이에요. 나, 뗏목에 매달린 난파자랍니다. 파도가 길쭉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