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심사평, 추천사 등 (77)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말을 다루는 솜씨가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이는 대학 내의 문학 활동이 썩 활발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런 열기 속에서 새로움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대학생 문학은 본격문학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들이 그런 대학생 문학의 ‘소임’(?)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무언가 다른 언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가 세상을 바라보는 순진한 시선들 속에 끓고 있었다. 새로움에 대한 고심은 자주 작위성이라는 오류를 범하게 하기도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무리조차도 좋은 경험으로 작용한다. 6편의 시를 마지막 후보로 골라 본다. 「트레드밀」(참가번호 19), 「날개짓과 발버둥 중 더 고상한 걸 고르시오」(66), 「철」(74), 「별과 기름」(92), 「낙화」(95), 「숲지기」(96). ..
※ 아래는 2023년 대산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이다. 오늘 시상식이 열렸길래 블로그에 올린다. 1차 독회에서는, 예심에서 올라 온 10권의 시집을 검토하였고 2차 독회에서 4권의 후보작을 선별하였다. 김기택의 『낫이라는 칼』, 손택수의 『어떤 슬픔은 함께 할 수 없다』, 황유원의 『초자연적 3D 프린팅』, 황인찬의 『이걸 내 마음이라고 치자』(가나다 순)가 저울 위로 올라갈 대상이 되었다. 최종 심사에선 우선 두 시집을 추린 후에 두 번째 투표에서 수상작을 건지기로 하였다. 심사위원회는 4권의 시집이 모두 수상을 하기에 합당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네 시집은 저마다 한국 시의 특징적 부면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김기택씨는 언어 세공의 극점을 향하고 있으며, 손택수씨는 개인과 사회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
※ 아래 글은 『매일경제』가 올해 출범시킨 '만추문예' 제 1회 시부문 심사평이다. 오늘 신문 지면에 발표되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장년 이후 세대에게 새로운 문학 등용문으로 등장한 ‘만추문예’가 시나브로 사그러들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뜨겁게 지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오늘날 ‘문학’은 실로 긴요한 생명수가 아닐 수 없다. 문학의 역할이 ‘즐겁게 하면서 삿됨 없이 교훈을 준다’는 것은 기원전부터 전승된 한결같은 지언(至言)이다. 한데 작금의 시대를 횡행하는 ‘향락적 문화’는 오로지 즐거움만을 주는 데에 맹종하는데, 그게 기쁨의 진한 향기를 세상에 드리우기는커녕 오히려 만족을 얻지 못하는 데서 터지는 별별 분노로 북새통을 일으킨다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니..
※ 아래 글은 '한국문학 번역원'이 주관하는 '한국문학 번역상' 운영위원회에 참여한 일에 대한 마감 소감으로 씌어진 글이다. '한국문학 번역원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https://blog.naver.com/itlk/222948486276). [정책에세이 #9] 번역의 깊은 뜻이 한국문학에 새겨지길 바라며 한국문학번역원 뉴스레터: 2022 한국문학번역상 시행 의의 번역의 깊은 뜻이 한국문학에 새겨지길 바라며 ... blog.naver.com 번역의 깊은 뜻이 한국문학에 새겨지길 바라며 2022년도 한국문학 번역상 일체의 과정과 행사가 무난히 치르어졌다. 한국문학 번역원장을 비롯 ‘번역출판교류본부’가 공들여 준비하고 심사위원단(김능우, 김양순, 박종소, 그리고 필자)이 심사를 성실히 수행한 결과라고..
이경재의 『재현의 현재』, 장경렬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조재룡의 『의미의 자리』가 마지막으로 논의되었다. 두루 비평가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 뜨거운 저서들이었다. 선택이 쉽지 않았다. 『재현의 현재』는 제목이 시사하는 그대로 사회 현실과의 치열한 긴장 관계 속에서 사실의 생생한 기록으로서의 문학작품을 찾아가는 글들로 빽빽하다. “리얼의 환기에 머물지 않는 리얼리티의 재현에 대한 문제의식”을 요구한다는 진술에서 잘 드러나듯이 그의 비평적 탐침은 사실적 묘사에 날카롭게 반응한다. 이론보다 실제에 집중하며 작품의 말을 차분히 따라가는 게 장점이다. 다만 그런 경사는 그가 근거했던 이론 자체에 대한 반성적 질문으로 변이해야 마침내 생동성을 타게 될 것이다. 시조비평들을 모아 놓고 있는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