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림의 글/프랑스의 여성시 (3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Le Lai du Laostic _ Marie de France 어느덧 여름저녁이 되어 숲과 들판은 녹음이 우거지고 목동들은 저마다 꽃처럼 피어납니다. 방울새들은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감미로운 기쁨을 노래합니다. 마음이 끌리는 데 따라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거기에 전적으로 몰입한다고 해서 놀랄 일이겠어요? 저는 그런 기사(騎士)의 진실을 얘기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사랑에 집중합니다. 부인 편에서도 말들과 눈길로 똑같이 그리합니다. 밤이 오고 주군이 잠자리에 들면, 그녀는 시시때때로 일어나 망토로 몸을 덮습니다. 그리곤 창가로 향합니다. 왜냐면 그녀의 벗이 제 집 창가에 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사실 벗은 거기서 밤을 지새운답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쁨을 나..
※ 계간 『시사사』(한국문연)의 요청으로, 2020년 겨울호 부록으로 번역 • 게재한, ‘프랑스의 여성시’를 블로그에 올린다. 아래 글은 ‘서문’에 해당하는 글이다. 문학의 기본 꼴이 서양 문학의 방식으로 재편된 이래, 즉 근대 이후의 한국 문학장(場)에서, 프랑스의 시는 한국의 시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저 15세기의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으로부터, 보들레르, 랭보, 말라르메, 폴 발레리를 거쳐, 얼마 전 작고한 이브 본느푸아Yves Bonnefoy에 이르기까지 수다한 시인들의 시가 한국시에 전사(傳寫)되어 창조의 영감으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에 여성 시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치 프랑스에는 여성 시인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그러나 그렇지 않다. 프랑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