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림의 글/산문읽기 (6)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누벨 옵세르바퇴르 Le Nouvel Observateur』의 웹사이트에서 본, 소피 들라셍Sophie Delassein이 쓴 기사, 「에디트 피아프와 장 콕토 : 영원토록 Édith Piaf et Jean Cocteau: à la vie, à la mort」에 의하면, 그저께 즉, 10월 10일은 에디트 피아프가 타계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장 콕토는 그 다음날 그녀의 추도사를 쓴 직후에 사망했다고 한다(Wikipedia에 실린 장 콕토에 대한 아주 공들인 해설을 보니, 장 콕토의 죽음을 발표한 장 마레Jean Marais는, 피아프의 죽음이 장 콕토의 사망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 사실을 전하면서, 장 콕토가 에디트 피아프의 자서전, 『다복한 무도회에서』에 쓴 「서..
이건수 교수가 편역한 『보들레르의 수첩』(문학과지성사, 2011)의 ‘여는 글’은 「문학청년들에게 주는 충고」이다. 이 글 안에 두고 음미할만한 대목이 있어서 적어둔다. “내가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 중 여럿은 외젠 쉬, 폴 페발 등 요즘 활동하는 산문가들이 최근에 얻은 명성에 대해 분노를 터뜨린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비록 경박할지언정 나름대로 재능이 존재한다. 내 친구들의 분노는 우스꽝스럽거나 거의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같이 화내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세상사 중에서 가장 무가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심혈을 기울여 완벽한 형태를 갖춘 순수문학이 유행을 타는 대중문학보다 우월한가 어떤가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그 답은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하지만 이 답 또한 반..
푸른 망아지의 호기심으로 가득찬 독서노트 버지니아 울프, 『보통의 독자』, 박인용 옮김, 함께 읽는 책, 434쪽, 11800원 우리에게 흔히 ‘의식의 흐름’이라는 난해한 소설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독서노트이다. ‘추천의 글’을 쓴 전은경 교수에 의하면, 이 노트는 그의 대표작인 『델러웨이 부인』과 같은 시기에 씌어졌다.“점심 전에는 소설, 오후에는 에세이”를 썼다는 것이다. 창작의 긴장을 “식히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추천자는 적고 있다.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휴식의 운동은 보통 활기차지 않다. 버지니아의 독서는 문면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작가의 글쓰기의 생애 전체를 주파한다. 마치 호기심에 가득 찬 망아지처럼. 그렇게 뛰어다니며 삶을 글과 대비시키..
이윤기 선생을 추모하며 이윤기 산문집, 『위대한 침묵』(179쪽)/ 소설집, 『유리 그림자』(152쪽), 민음사, 2011, 각권 10,000원 이윤기 선생이 영면하신 건 작년 8월이었다. 그날 우리는 뛰어난 번역가이자 소설가이며 문장가였던 분을 잃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이의 남은 문향을, 유고 산문집/소설집을 통해서 맡는다. 맡는다? 그렇다. 선생은 무엇보다도 후각적인 존재였다. 보들레르가 「상응」에서 장려하게 보여주었듯이, ‘후각’은 장애물들 사이를 뚫고 가장 멀리 퍼져 나가는 감각이다. 이윤기의 고유한 문체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이의 문장 한 줄만으로도 독자의 머리 속에 꽤 특별한 글 세상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였다. 게다가 후각은 또한 깊이 스며드는 감각이다. 그래서 거기서는 “정신과 ..
생활어로서의 한국어의 성찬 최일남 에세이,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 송영방 그림, 문학의문학, 2011, 296쪽, 13,000원) 한국에 수많은 글쟁이가 있지만, 한국어의 풍부한 어휘 자원을 자유롭게 골라가며 생각과 마음의 결과 꼴을 섬세하게 빚고 잣고 다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일남 선생은 그 드문 이들 중의 한 분이다. 또한 한국어를 잘 다루는 이들이래도 한결같지 않고 취향이 각색이다. 어떤 분은 이쁘고 새초롬한 말들만 골라서 써서, 마치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장식품들을 보는 듯할 때가 있다. 최일남 선생의 어휘들은 모두 시정의 생활어에서 나온다. 그래서 ‘해토머리’, ‘얼금뱅이’, ‘아주까리’, ‘내남직없이’ 같은 말들도 귀한 한국어지만, ‘위의(威儀)’, ‘종용(從容)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