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림의 글 (219)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제 7회 독회의 결과로서 작성된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인생연구』(창비, 2023.05)를 읽으면서 정지돈이 제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의 소설의 무대에는 정상적인 독자가 보기에는 어이없는 모습들과 행동들이 빈번히 출현한다.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하는데, 그 근거가 불투명했다. 이번 소설집에 와서 소설적 요소들이 정돈되면서 단서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단서를 알아차리면 그의 소설쓰기가 매우 깊은 고뇌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어서 알 수가 있다. 가령, “진양의 졸업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얘가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을 것이다. 진양은..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제 7회 독회의 결과로 작성된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은행나무, 2023.05)의 ‘책 날개’에 난 작가 소개에 의하면 이서수는 ‘월급 사실주의 동인’이라고 적혀 있다. 간단히 해석하면 ‘생계형 작가’라는 뜻이 되겠다. 실제로 이 소설집의 주된 사건들은 빈민의 각박한 삶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한국문학의 역사는 길다. 최서해로부터 조세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러 작가들에 의해 숱한 작품들이 씌어졌다. 이서수의 소설을 돋보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오늘날의 소설 네트워크(소셜 네크워크가 아니다)에서 보자면, 그의 소설이 사회적 문제..
공포정치 속에서 딸과 헤어지고 만 엄마의 노래 내가 낳았으니, 내 새끼인 이 아름다운 장미나무. 기쁨은 너무나 짧았더라 ! 달아나야만 했어, 그리고 어쩌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영영 못 볼 수도 있어. 예쁜 장미나무, 태풍에게 넘겨줬네. 힘이 없었으니, 분노는 무장해제당했지. 광풍 아래 내 머리가 꺾이거나 또는 네 꽃들이 그리 되었구나. 내 기쁨, 내 자랑이었으며 내 근심, 내 행복이었으니.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못할 터. 너는 내 마음에 뿌리내렸으니. 비록 내가 악의 힘에 내몰려 나만을 구하는 데 정신 없었다고 네가 생각할지라도 나는 네 곁에서 피어난 장미만을 보았단다. 가시는 너에게서 멀찍히 떨어진 데에 있었지. 장미나무야, 네 이파리들을 소중히 건사해라. 늘 아름답고 늘 푸르르거라. 천둥이 물러..
불규칙 시절(詩節) 오 죽음이여 ! 내 삶을 없애버리네 내 나날의 끈을 잘라버리네. 지체없이 출몰해 내 악행의 흐름을 끝장내누나. 죽음이라, 죽음은, 아니 이 끔찍한 순간은, 허약한 영혼은 두려워하지만, 내게는 그저 감미로움. 죽음은 내 악덕을 끝장내는데, 사랑은 그보다 더 끔찍해, 항구적인 고통을 안기는구나. 나를 제물로 삼았던 그 역겨운 날 이후, 이 장소들은 오로지 우울한 사막들만을 내게 보여주네. 나는 나를 짓누른 불행과 싸우고 싶으나, 헛된 일. 이 광막한 우주에 내게 남은 건 하나도 없어. 밤의 장막은 쉼없이 나를 감싸고… 나를 부추기는 욕망들아 입을 다물라 : 하아 ! 티르시Tyrcis[1]가 나를 버릴 때, 여전히 희열이 일까 ? 아니야 : 그 순간에 마주치면, 경보도 없이 내 눈은 백주 ..
※ 아래 글은 '한국문학 번역원'이 개최한 심포지엄, 'AI시대의 도래와 문학 번역의 미래'(2023.05.26. 11:00-18:00,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조강연으로 발표된 것이다. 실제 기조 강연에 쓰인 PPT와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이 글을 포함, 심포지엄 전문은 한국문학 번역원 홈페이지(https://ltikorea.or.kr/kr/board/dataevent/boardList.do)및 KLWAVE(https://klwave.or.kr/www/main.do)에서 읽을 수 있다. '한국문학 번역원'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올린다. AI 시대가 도래했다. 199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몬Herbert A. Simon이 AI가 문학비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