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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문학동네, 2022.08)는 여성동성애자들을 주 인물들로 등장시키고 있으나, 제재가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형상으로서보다는 좀 더 범위를 넓혀 ‘비사회인’의 범주 안에 인물들을 넣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견은 김멜라의 인물들이 필자가 최근의 한 글(「정선형, 이건 애도가 아니라 곡성이구려」, 『문학과사회』 2022년 겨울)에서 정의했던 ‘욕구형 인간’에 가깝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욕구형 인간’은 ‘욕망형 인간’과 대비되는 인간형으로서, 욕망형 인간들이 사회의 일반 구성원에 해당한다면 욕구형 인간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욕구형 인간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본능에 충실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 경향은 희래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걱정되면서도 왠지 희..
※ 아래 좌담은 김현 선생 30주기를 추념하여 나눈 좌담이다. 상당히 길지만, 필요한 독자가 있을 것 같아, 블로그에 올린다.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 고(故) 홍정선 전 인하대 교수, 김연권 전 경기대 교수, 이철의 상명대 교수, 그리고 정과리가 참여했다. 2020년 4월 9일 문학과지성사 회의실에서 진행되었고, 『문학과사회』 2020년 여름호에 실렸다.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허락해준 좌담 참여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인간 김현과의 첫 인연, 그리고 문학의 시작 정과리 : 올해(2020)가 김현 선생님 돌아가신지 30주기입니다. 6월 27일 돌아가셨으니까 지금 개월 상으로는 조금 남아 있습니다마는 이 좌담이 출판되는 게 여름호이니까요. 김현 선생님의 30주기에 딱 맞춰서 나가는 셈이 되겠습니다. ..
※ 아래 글은 인터넷 매체, '컬럼니스트' 5월 11일자로 발표된 글이다. '컬럼니스트'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다른 길을 간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하여 김지하 선생이 돌아가셨다. 편찮으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소문으로 돌았지만, 선생은 끈질기게 죽음과의 줄다리기를 이어 나가셨다. 선생의 병을 걱정하시던 사모님, 즉 토지문학관의 김영주 관장님이 2019년에 먼저 돌아가셔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생전에 부부의 정이 무척 애틋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전 해 10월에는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강연 때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까지 부부가 함께 오셨었다. 선생에게 죽음이란 무엇이었을까? 그이는 1980년 감옥에서 나오면서 민족문학 대신 생명사상을 들고 나왔다. 그이의 생명 사상에는 죽음에 반대하는 외..
✍ 〈이름〉 의 첫번째 글자가 발음되었다. (보르헤스, 「죽음과 나침반」, 『보르헤스 전집 - 2. 픽션들』, 황병하역, 민음사, 1994, p.214) ✍ 감상(感想)을 사유(思惟)라고 적은 글들이 차고도 넘친다. 마음 심(心)자가 글자마다 붙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런 분들에게 ‘사유’ 대신에 ‘생각(生覺)’으로 단어를 고쳐보길 권한다. 그러면 지금 뇌에 전달된 정보가 feeling인지 thinking인지 좀 더 명료해질 거라고 확신한다. ✍ 전설이 된 이상(李箱, 1910~1937) 선생이 그 역시 전설이 된 소설 「날개」에서 괴리씨에게 물었다. 아니, 괴리씨는 그렇게 물었다고 환청으로 들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괴리씨가 대답했다. “당신 말고는 아주 드물게 보았지요. 한국..
✍ 한국학 전공인 외국인 교수가 내게 묻는다. “왜 문학 논문들에서 김현 교수가 인용되지 않지요?” 나는 대답한다. “인용도 연구자집단 카르텔의 원칙에 따라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김현 교수에게 눈도장 찍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래서 문학평론가 김현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나오고 있지만, 이런저런 문학 논문에서 김현 선생의 글이 인용되는 일은 흔치 않지요. 비 국문과 출신의 다른 문학평론가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리고 잘 보세요. 인용된 글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좀처럼 없어요. ‘눈도장’의 원리에 위반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걸 기억하는 ‘눈동자’들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시선은 화인(火印)과 같은 거에요. 쌍방으로요. 훗날 누군가는 포렌식할 겁니다. 데이터는 빅빅 커질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