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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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오늘의 썰렁담 2020.12.09

비평쟁이 괴리 2020. 12. 9. 11:41

한국학 전공인 외국인 교수가 내게 묻는다. “왜 문학 논문들에서 김현 교수가 인용되지 않지요?” 나는 대답한다. “인용도 연구자집단 카르텔의 원칙에 따라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김현 교수에게 눈도장 찍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래서 문학평론가 김현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나오고 있지만, 이런저런 문학 논문에서 김현 선생의 글이 인용되는 일은 흔치 않지요. 비 국문과 출신의 다른 문학평론가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리고 잘 보세요. 인용된 글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좀처럼 없어요. ‘눈도장의 원리에 위반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걸 기억하는 눈동자들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시선은 화인(火印)과 같은 거에요. 쌍방으로요. 훗날 누군가는 포렌식할 겁니다. 데이터는 빅빅 커질 것이고, 그러면 사실이 그만큼 정확해지겠지요. 그렇다고 자료가 곧바로 하나의 진실을 밝힌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다음 문제들이 또 있지요. 그래도 시간은 진실을 향해 다가가게 해준답니다.”

갑자기 시 한 편이 쓰고 싶어진다. 첫 세 행은 이렇다.

ㅇ을 앞으로 당겨봐요!

아니, 아니. 당신 쪽으로 말고,

좌측으로. 왼쪽 게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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