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12학년도 연세문화상(윤동주 문학상-시분야)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2012학년도 연세문화상(윤동주 문학상-시분야)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3. 09:30

대학생의 시에는 새로운 시를 쓰겠다는 의욕과 진실에 대한 탐구와 과잉된 표현 충동이 한편에서 이글거리며,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어휘를 채집하지 못해 막막해 하고 진실의 통로를 열지 못해 조급해 하는 심사가 설익은 문체 위에서 종종걸음을 치는 민망한 광경이 동시에 전개되곤 한다. 투고된 대부분의 시들 역시 시의 초입에서 고투하고 있는 모습들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김성호의 「열쇠」, 김여진의 「‘자연의 신비’ 편」, 박서영의 「부탁」, 박신혜의 「거기」, 박종성의 「물고기자리」, 서동우의 「고생」, 신진용의 「칸토어 집합」, 전아영의 「귀천」, 조형민의 「잠자리의 죽음」, 채규민의 「존재의 인상」, 최혜령의 「벚꽃: 생동이 없고 창백하게 하얀 것」이 그 투쟁의 현장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는 시들이다. 마지막으로 「열쇠」와 「‘자연의 신비’ 편」, 「칸토어 집합」그리고 「벚꽃...」, 네 편을 두고 고민하였다. 「열쇠」는 한 사물의 특성에서 삶의 지혜를 얻어내는 통찰이 돋보인 반면 마무리가 안이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칸토어 집합」은 돌발적인 이미지들의 연속적인 교체가 썩 흥미로웠지만 이미지의 혼돈 그 자체에 머무르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벚꽃...」은 아름다움 속에서 폭력을 보는 무의식의 기이한 전개가 좋았는데 그것을 집요한 정념으로 고착화시키는 게 안타까웠다. 「‘자연의 신비’ 편」은 단어들의 더미를 곧바로 자연의 신기한 현장으로 바꾸는 모험의 광경을 실연하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야기되는 의미와 이미지 사이이 기묘한 어긋남이 독자로 하여금 생각에 골똘히 잠기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당선작으로 뽑는다. 모두 더욱 정진하여 한국시의 굵은 동량으로 자라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