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11학년도 연세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2011학년도 연세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3. 09:32

구자창의 무덤의 시간은 의식의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가 뚜렷했다. 관념이 강해 묘사가 자유롭지가 못했다. 김채민의 똑똑한 거지 공방은 스마트폰을 통하여 쏟아지는 말의 홍수라는 오늘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예리한 풍자로 읽을 수 있다. 비판적 인식을 굳이 시로 쓸 때의 필연성을 더욱 고민했으면 한다. 박시현의 화장은 삶의 사건들을,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의 이분법으로 단순화시켜 감정을 고양시킨 후, 같은 단어의 다중적 의미를 통해 그 감정에 미묘한 그늘들을 입히고 있다. 이런 기교가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발전하려면 시야와 사색이 필요할 것이다. 별 헤는 밤등 장효정의 시들은 삶의 세목들에 대한 섬세한 느낌들이 돋보였다. 그 느낌 너머의 세계가 유기적으로 펼쳐지지는 못했다. 창경궁의 대취타등 한지혁의 시들에선 일상에 대한 관찰과 사회에 대한 성찰이 긴밀하게 맞물리고 있었다. 다만 그 연결이 지나치게 긴장되어 있어, 생각이 경색될 위험이 있었다. 응시의 법칙, 표류기등을 투고한 배희원의 시들은 도시적 일상의 진부함과 탈출욕망을 꽤 감각적으로 그려냈으나 반짝이는 이미지와 어색한 이미지가 뒤섞여 있었다. 최지은의 가장자리는 서민 가장의 삶의 간난함과 위태로움을 언어의 의미론적 변이를 통해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었다. 심사자는 배희원과 한지혁과 최지은, 세 사람을 놓고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최지은의 시가 단순성의 반복을 삶을 이겨내는 생동하는 리듬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자에게 축복을, 투고한 모든 이에게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