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조용미의 '당신의 아름다움'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조용미의 '당신의 아름다움'

비평쟁이 괴리 2022. 1. 26. 11:42

※ 아래 글은, 2021년도 '동리•목월 문학상'의 시부문(목월문학상) 심사평이다. 심사는 김사인, 황인숙, 정과리가 했고, 심사평은 정과리가 집필했다.

심사위원들은 조용미 시인이 새 시집 당신의 아름다움(문학과지성사, 2020)에서 일취월장의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발견한 기쁨을 이구동성으로 토로하였다. 미적 취향이 각별히 섬세했던 시인은 이제 생의 확고부동함과 지루함에 몸져눕는 경험을 통과하면서 아는 말을 반쯤버릴 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로부터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 무엇보다도 생체험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그 체험의 진실성을 스스로 납득하는 데서 오롯이 불이 붙는 시의 슻이 구워졌다는 데에 있겠다.

이로써 시인은 세계의 문제를 자신의 몫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그 몫을 제 몸 변신과 세계 확장의 기회로 삼아서 자신의 주관을 넘어 상관성의 우주로 넘어가는 계단을 구축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나로부터 발생하지만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 가장 큰 시련이 된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이 시집은 모든 물상에 대한 궁금증을 궁글리는 어조로 조근조근 속살거리며 세상 사람들과 생명들이 존재하는 현상과 생장하는 과정의 깊은 바탕 안으로 자맥질해 들어가, 삶의 이치로 발가우리한 원생 광물들을 캐낸다. 시인은 의미의 해녀이고 언어의 싱크로나이저이다.

그는 삶의 뜻을 되새기며, 그 뜻으로부터 저절로 피어날 온갖 형상들을 시의 화폭으로 옮긴다. 이렇게 이미지의 미인은 의미의 노동자로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