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제 53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이유서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제 53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이유서

비평쟁이 괴리 2022. 12. 2. 11:17

완벽한 생애를 이루는 작은 사람들의 협심 
-조해진의 『완벽한 생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완전한 인간에 대한 소망이 봄바람처럼 일렁인다. 그 소망은 ‘칼로카가디아’ 등의 고전적인 용어로뿐만 아니라 ‘완전체’같은 청년들의 유행어에도 배어 있다. 인간의 내장에 각인된 본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소망을 퇴색시킨다. 문명이 발달하고 거대해질수록 인간은 점점 왜소해진다. 어느날 그는 수레바퀴 자국에 깔린 붕어처럼 납작해진 자신을 보고 절망한다..
조해진의 『완벽한 생애』는 말한다: “모든 삶은 흘러갔다”; 이제 “낙원이 있다고 믿는 희망은 기만적”이다.
그러나 희망을 단념할 때 비로소 진정한 결심이 선다. 작가는 가난, 정치적 자유, 사내 왕따, 동성애, NGO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기웃거리게 하면서도 그것들을 그 문제들의 최종적 블랙홀인 고독과 허무의 극복이라는 문제에 집중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는 무의미한 삶을 견디는 힘은 동정도, 위안도, 투쟁도, 고행도 아니라, 온갖 종류의 끝없는 고백과 대화임을 믿고 지속시켜 나간다. 낯선 사물들, 모르는 사람들과의 접촉과 허심탄회한 교환을 통해서만 출구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발견과 음미라도 그것들은 의미 발생의 단초가 된다.
그렇게 조해진의 인물들은 정신적 교류의 네트웍을 형성하며, 허무의 격랑을 더불어 헤쳐나갈 작은 배들을 띄운다. 그 배들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에 수량이 무한하다. 작가도, 인물도, 독자도 선단을 이룰 것이다. 독자들이여 완전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완벽한 생애를 이루기 위해 그 배에 어서 승선하시라.(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