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박민정의 『바비의 분위기』 본문

울림의 글/소설읽기

박민정의 『바비의 분위기』

비평쟁이 괴리 2021. 1. 8. 11:13

※ 이 글은 '동인문학상' 2021년 1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나간 것이다. 조선일보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바비의 분위기는 사회성이 아주 짙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사회 문제를 다루어서라기보다, 작가 자신 세대의 삶의 구체성을 통해서 현저히 변모한 사회적 문제틀이 형성되었음을 알리고 그 양상을 인지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세상이 바뀌면 작품의 소도구들이 우선 바뀐다. 그리고 언어도, 어법도, 문제도, 문제 대처방식도 모두 바뀐다. 그걸 가장 여실하게 보여주는 게 이 소설집이다. 길게 보면 같은 얘기인 것 같아도 가까이 보면 아주 다른 얘기다. 그것은 지속적인 주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박민정의 소설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 무엇보다도 그의 이야기가 사실적 구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이런 경향은 요즘 젊은 소설들의 분위기 선호 현상으로부터 반대 방향에 놓인다. 90년대 이후 퍼지기 시작한 분위기 주도 소설이 아니라, 특정한 느낌, 예감, 사소한 대화로 전체를 제유하는 것이 요즘 소설의 하나의 특징적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이 특이한 경향은 각 작가들을 사회적으로 모으기보다는 개인화한다. 박민정의 소설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그의 기법은 정통적이다. 사실을 가리키고 맥락을 따진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함께 토론해야 할 주제에 대한 주목을 요청한다. 이 차이는 진지하게 탐구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