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김금희의 『복자에게』 본문

울림의 글/소설읽기

김금희의 『복자에게』

비평쟁이 괴리 2021. 1. 8. 11:10

※ 이 글은 '동인문학상' 2021년 1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나간 것이다. 조선일보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복자에게는 개인-사회의 연결선을 예각적으로 다듬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진화가 매우 가파른 상승곡선을 통해 진행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오랜 습작의 결과로 보이는 유연한 문장과 재기있는 비유를 잘 배합함으로써 소설의 흐름을 자연스럼게 하고, 그 품격을 끌어올리고 있어서, 기초가 단단한 작가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강화한다.

이 소설은 가난하게 자라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한 인물의 일종의 청결한시선을 통해서 한국인들의 시민의식을 조감하는 것으로 시종한다. 그러한 조감으로부터 소설은 한국인의 의식이 여전히 종족 중심적 자기 환상, 즉 김주연이 취락주의라 명명하고 김현이 샤머니즘이라고 불렀던 집단적 습속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거듭 재확인한다. 소설의 전체적인 전개는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 힘을 얻으며 폭압적 세계를 만들게 되는가를 박진히 묘사하는 데 바쳐져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초점은 풍속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 풍속이 획일화된 관념을 조성하면서 다른 삶들의 가능성의 싹을 짓밟아버리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 있다. ‘고고리섬이라는 이름이 환기하는 바가 그것이다. 작품의 제목은 그렇게 잘려나간 것의 부활에 대한 호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그리고, 이 작품이 작가의 세계인식과 관계없이, 엥겔스가 파악한 발자크의 리얼리즘처럼, 일깨우는 게 있는데, 그것은 저 감성의 놀라운 변형력과 순환력이다. 그것은 그에 반대하는 합리적 사고에까지 침투한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을 자세히 밝히기에는 어려운 난관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