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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역사의 제언 - 김태용의 『확장소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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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역사의 제언 - 김태용의 『확장소설』

비평쟁이 괴리 2022. 7. 20. 09:13

※ 아래 글은, 제 53회 동인문학상 제 7차독회에서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대한 독회의견이다. 조선일보 지면과 홈페이지에서 볼 수가 있다. 지면의 제목은 「고집덩어리들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겠다면」이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김태용의 확장 소설(문학과지성사, 2022.05)에선 기상한 제목이 먼저 눈에 띤다. 뭘 확장하나? 보았더니 본래의 역사 위에다 일어나지 않은 또 하나의 역사를 보태고 있다.

북한이 개방하여 남한의 기자가 평양을 방문하고, 천재 시인 이상은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데, 그걸 보고 달아난 부인 연심이는 훗날 인민 배우가 되는 문예봉을 만난다. 이런 대체 역사 소설들은 흔한 이야기 수법을 거부한다. 지난날을 반성하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그 대신 아예 시간줄기를 바꿔버린다.

작가가 괜한 실험 취향으로 쓴 건 아니다. 여기에는 현대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뇌가 배어들어 있다. 인간의 차원에서, 현대인은 모두가 자아가 단단한 존재들이다. 아무도 내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화되어 왔으며, 오늘날은 거의 요지부동이다. 그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매일 다툰다. 사회의 차원에서, 집단들은 똘똘 뭉쳐 저마다의 입장을 주장하며 매일 확성기를 틀어대고 있다. 결코 양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처벌하지 못해 으르렁댄다.

이런 완강한 고집 덩어리들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는다고? 정치에서도, 일상에서도 그런 소망이 말로 무성했었다. 하지만 성과없음의 확률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작가는 그 원인을 생각한다. 모두가 자기의 주관에 집착하는 한, 결코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는 해법을 궁리한다. 그렇다면 다른 존재를 제 안에 심어서, 스스로 자기를 확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자기 증강의 과정을 보여주면 어떤가? 그래서 기억 자체를 상상으로 만들어, 과거가 미래가 된다. 북한과학자 옥미와 남한 기자 여름은 만나서 옥미의 여름이 된다. 잠재독자인 모든 한국인들도 미운 상대를 제 가슴 안의 심장제세동기로 들여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이 소설은 한국 현대소설의 모형이 된 최인훈의 광장의 문제의식도 확장하고 있다. 밀실이 확장되어야 광장이 되고, 광장이 심화되어야 밀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