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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간행물 윤리위원회 '청소년 도서발굴' 소설 및 수필 부문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2010년 간행물 윤리위원회 '청소년 도서발굴' 소설 및 수필 부문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10. 18:27

고시된 선정 기준들을 참조하면서, 특히 다음 세 가지가 핵심적인 기준이 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첫째, 청소년에 적합한 도서라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청소년의 삶을 반영하고 청소년의 정서와 인지 능력과 상응하면서 그들의 영혼에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청소년 책을 아동물과 혼동한 원고 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인 원고가 눈에 띠었다. 둘째, 이 선정의 목표가 청소년 저작 발굴 및 출판지원인 만큼 신인의 원고를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책을 내고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원고에 국가기관이 지원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셋째, 문학성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것. ‘소설수필인 한, 단순한 사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환기할 수 있는 언어 운용의 솜씨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문법적 정확성이 첨가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간혹 바른 문장은 출판사의 편집부에서 떠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필자들이 있는데,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을 망각한 것이다. 문장에 대한 배려는 곧 언어에 대한 치밀하고 섬세한 의식과 관심의 투영이기 때문이다.

전부 37편의 소설과 8편의 수필이 응모된 가운데, 심사자들은 소설 쪽에서, 김혜정의 독립명랑소녀를 선정했으며, 수필 쪽에서 유현승과 제자들이 쓴 중학생 톡 톡 톡(Talk Talk Talk)을 선정하였다.

김혜정의 독립명랑소녀는 산동네에 사는 가난한 소녀가 서커스에서 탈출한 원숭이와 만나 그와 싸우고 교감하는 가운데, 일종의 우정을 맺고 서로 힘을 보태며 험한 세파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착상이 흥미롭고 언어 구사가 힘차고 행동 묘사가 박진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뜨거운 호기심과 환경의 제약을 스스로 헤쳐나가고자 하는 당찬 의지를 잘 드러냈기 때문에, 청소년을 위한 소설로 매우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간혹 부정확한 단어들이 잡티처럼 끼어 있다는 결점은 작가가 공들여 보완해야 할 문제이다.

유현승과 제자들이 쓴 중학생 톡 톡 톡은 교사인 대표 필자가 직접 개발한 독서 학습 및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이 쓴 글들을 모아 핵심적인 주제들 중심으로 분류·편집하고 교사의 글을 덧붙여 만든 원고이다. 이런 수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은 청소년들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것인데, 수록된 글들은 그런 기대에 매우 잘 부응하여 청소년들의 핍진한 심리, 그리고 세계의 이모저모와 자신의 삶의 세목들에 대한 이해가 매우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실감나게 그려졌다는 것은 사실 매우 중요한 점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이 보여준 현장이 그냥 청소년들의 상태를 반영한다기보다는 그들이 세상과 씨름하면서 활발히 진화해가는 활발한 몸과 마음의 운동으로 기운차게 요동하고 있다는 것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 '신여랑' 심사위원이 선정한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