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08학년도 연세문화상 시부문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2008학년도 연세문화상 시부문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3. 09:38

투고된 112편의 작품 중에서,  「나무」, 「제곱은 사랑, 닮아가는 것이기에 아름답다 」, 「晴天雨」, 「전농동」, 「모기」, 「빈익빈부익부」, 「바다」, 「동행」, 「우리는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를 마지막 후보로 골랐다. 「나무」는 소말리아 난민의 참상을 나무에 투사함으로써 인고와 희망을 동시에 끌어내려 한 수작이었는데, 비유 자체가 꽤 힘겨운 의지에 지탱되고 있었다. 「제곱은...」과 「모기」는, 수학기호와 모기라는 특이한 매개물들에 기대어 사랑의 미묘함을 풀이한 재미난 말놀이였지만, 말놀이와 시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웠다.  「晴天雨」는 사물을 새롭게 보는 직관이 돋보인 소품이었다. 「전농동」과 「빈익빈부익부」는 각각 신의 보편성과 우화에 근거해 사회적 부조리를 풍자하는 힘이 있었으나, 기술된 현상과 매개방식이 단순하고 단조로왔다. 「바다」는 삶의 어두컴컴한 모호성과 힘겨루는 인간의 의지를 거칠은 그대로 부조해냄으로써 박진감을 주는 데 성공하였다. 다만 마지막 연의 엉뚱함이 시적 균형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동행」은 단어 연상의 매끄러운 흐름 속에서 세상에 대한 뒤집혀진 이미지를 제공하려 했는데, 과정과 목표 사이의 단절이 매우 컸다. 「우리는...」은 불구자 한 사람을 정상인들 한 복판에 문득 세움으로써 그로부터 유발된 야릇한 어색함으로부터 시작해 인간관계의 다양한 사태들을 주유한 후, 인간의 근본적인 불구성과 타자 요청의 필연성으로까지 성찰을 이끌고 갔다. 『나무』와 「우리는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를 놓고 여러 번 되새기다가, 생각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고 판단된 후자를 당선작으로 삼는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후보작들 모두 시적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니 더욱 정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