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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현대시 작품상'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2008년 '현대시 작품상'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8. 07:59

불가능한 방식으로 서정시를 완성하기.

 

위선환 씨의 시는 요 근래 갑자기 한국시의 장을 압도하기 시작한 서정시의 추세와 은근한 긴장관계 속에 놓여 있다. 오늘의 서정시를 조금 재미있게 표현해, ‘자연에 들린 시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자연에 귀의함이라는 서정시 본연의 태도를 타고 절대 진리 쪽으로 날아오르려는 황홀경에 빠져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위선환 씨의 시는 정확히 그 반대방향으로 간다. 그는 분명 를 자연과 하나 되게 하려는 서정적 지향을 뜨겁게 드러내면서도 그 하나됨에 이르기까지의 집념 혹은 고통, 그리고 그 하나됨의 불가능성의 빡빡한 면모들을 형상화한다. 그것은 그가 자연과 인간의 근본적인 이질성과 정직하게 대결하고 있음을 뜻하는데, 그 때문에 자연에 귀의하려는 그의 의지가 최고도로 뻗칠수록 그 의지는 더욱 깊게 좌절하고야 마는 역설에 그의 시는 직면하고야 만다. 가령, 그는 돌멩이 한 개를 팔매질하고는 그 돌멩이의 ()’실존에 빠져서 급기야는 몇 해가 지나가도록 돌멩이 떨어지는 소리를 못 듣고야 만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 좌절이 깊을수록 하나되려는 의지는 더욱 끈질기게 지속되는 것이니, 그 방향에서 는 자연과 매우 섬뜩한 환각의 도움을 얻어서야 하나로 합쳐지지만 그 섬뜩함의 기운을 타고 곧바로 는 이미 죽어가는 자로서의 자신의 진면목에 마주하고야 만다. 그래서 위선환 시의 는 자연에의 귀의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에 귀일한다. 불가능한 귀의에 오래 머무르면, 자연과의 하나됨은 마침내 허공의 육중한 무게로 를 추락시키고야 만다. 왜 그렇게 하는가?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의 시적 실천은 우리로 하여금 서정시는 아직도 씌어질 수 있는가라는 아도르노적 물음 혹은 임철우적 물음에 고통스럽게 다가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