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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08년 현대시 신인상 추천사 본문
이채(異彩)로운 이체(異體)들
이이체의 시는 문화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이 혼잡스럽게 뒤섞이는 특이한 풍경을 보여준다. 스피커에는 잎사귀들이 살고 있고 책상에는 나이테가 자란다. 그러니까 이 인공물들에는 자연의 세목들이 정령들처럼 뛰어놀고 있다. 뛰어논다고 했지만 그 역동성은 물상들 각각의 것이고 이질적인 물상들 사이에는 치명적인 어긋남이 변함없이 지속되어 그 활발한 움직임 자체를 의미 상실의 지속, 즉 죽음의 음울한 무도로 바꾸어버린다. “바퀴벌레의 장례식은 나와 공룡 박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된다”라는 구절이 지시하듯이 말이다. 이이체 시는 이렇게 ‘죽음처럼 어긋나 버린 상황’과 ‘흥분된 움직임’ 사이의 온갖 관계에 대한 성찰 및 실험에서 특별한 정서체들을 생산한다. 그 정서체들은 이미지이기도 하고, 이미지에 대한 운동화된 상념이기도 하며, 또한 그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기도 한데, ‘좌우지당간에’(!) 그 정서체들 안에는 동화와 이질성의 미묘한 변증법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생각해 보라. “자막은 나의 피부”라니! 세계는 자막을 통해서만 읽혀지는데, 그 자막은 나의 피부로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매우 이채로운 젊은 시인을 만나서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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