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본문

울림의 글/산문읽기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비평쟁이 괴리 2011. 8. 14. 09:59

산 체험으로부터 솟구치는 역동적인 생각의 파도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이한중 옮김, 한겨레 출판, 15.4x22.4cm, 18,000

 

동물농장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은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이다. 실천적 지식인이란 누구인가? 자신이 가진 지적·언어적 능력 및 기능을 세계의 갱신을 위해 싸우고 있는 자신의 삶에 최대한도로 밀착시키는 사람이다. “1936년부터 내가 쓴 심각한 작품은 어느 한 줄이든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맞서고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것들이다”(나는 왜 쓰는가)와 같은 구절이 그대로 가리키듯 그에게 삶과 글은 결코 나누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어지는 문단에서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라는 구절까지 읽으면 우리는 고통의 누적으로서의 삶 전체를 덩어리째로 글의 마술에 의해 사는 기쁨으로 만들고자 고투하는 작가의 절절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직접적인 언명이 그의 글쓰기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의 글쓰기에 의해서만 그것은 증명될 수 있으며, 그 점에서 오웰의 에세이는 더할 나위 없는 물증이다. 통상적인 에세이가 세계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세계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면 오웰의 에세이는 그대로 산 체험이다. 그리고 매순간 세계와 씨름하는 가운데 현장에서 솟아나는 생각들을 싸움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뿜어낸다. 체험의 매순간이 금언 하나씩을 분만하는데, 게다가 그 생각들은 단일하지 않고, 정치와 문학과 언어와 인생에 대한 무궁무진한 통찰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에세이에서 매우 입체적인 조형미와 탄력을 느끼게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쓴 날:2010.10.23.; 발표: 간행물윤리위원회 좋은 책 선정위원회 선정 이 달의 좋은 책, 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