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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의 글/산문읽기

에디트 피아프와 장 콕토

비평쟁이 괴리 2013. 10. 12. 11:38

누벨 옵세르바퇴르 Le Nouvel Observateur의 웹사이트에서 본, 소피 들라셍Sophie Delassein이 쓴 기사, 에디트 피아프와 장 콕토 : 영원토록 Édith Piaf et Jean Cocteau: à la vie, à la mort에 의하면, 그저께 즉, 1010일은 에디트 피아프가 타계한지 50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장 콕토는 그 다음날 그녀의 추도사를 쓴 직후에 사망했다고 한다(Wikipedia에 실린 장 콕토에 대한 아주 공들인 해설을 보니, 장 콕토의 죽음을 발표한 장 마레Jean Marais, 피아프의 죽음이 장 콕토의 사망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 사실을 전하면서, 장 콕토가 에디트 피아프의 자서전, 『다복한 무도회에서에 쓴 서문을 길게 인용하고 있다. 그 문장이 아름다워 아래에 번역해본다.

 

나는 스탕달Stendhal이 천재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의 무람없는 태도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는 차에 오르는 여성,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여성, 적수가 이기도록 양보하는 카드 게이머에게서 천재를 봅니다. 간단히 말해 그는 그 단어를 저 고고한 자리에 놓아두질 않습니다. 이 여인들, 이 게이머는 매력을 형성하는 다양한 힘들을 한 순간에 모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이 스탕달의 스타일을 빌려 에디트 피아프가 천재라는 걸 말해보고자 합니다. 그녀는 모방이 불가능합니다. 에디트 피아프 류라는 건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이베트 길베르Yvette Guilbert나 이본느 조르쥬Yvonne George처럼, 라첼Rachel이나 레잔느Réjane처럼, 그녀는 프랑스 하늘의 한 밤의 고독 속에서 애끓는 별입니다. 사랑과 번민과 죽음을 아는 듯 서로 끌어안은 연인들을 응시하는 별인 것입니다. 폐가를 가로지르는 도마뱀의 손을 가진 이 사람을 보십시오.

이 보나파르트의 이마를 보십시오, 막 시력을 되찾은 장님의 눈을. 그녀가 어떻게 노래부르는가요? 그녀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가요?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좁은 가슴으로부터 밤의 거대한 오열을 꺼내 터뜨리는가요? 이렇게 여기 노래하는 그녀가 있습니다. 아니 차라리 4월의 종달새가 그러하듯, 그녀는 자신의 사랑의 노래를 처음 목청에서 가다듬느라고 애씁니다. 저 종달새의 힘겨운 노역을 들어보았나요? 그는 애쓰고 더듬거리고 목을 긁어댑니다. 그는 목이 멥니다. 치솟았다가 급강하합니다. 그리곤 갑자기 발견합니다. 발성이 시작되고 그리고 세상을 뒤흔듭니다.

자신에게 몰두하고 청중에게 몰두하면서 에디트 피아프는 아주 일찍 자신의 노래를 찾았습니다. 내장으로부터 솟아나는 목소리가 여기 있습니다. 발끝에서 머리까지 온 몸에 거주하는 목소리, 검은 빌로오드의 너울을 큰 파고로 출렁이는 목소리가 여기 있습니다. 이 더운 파도는 우리를 침수시키고 우리를 치고 지나가고 우리 안으로 침투합니다. 그렇게 몰아닥치고는, 에디트 피아프는, 가지에 앉아 보이지 않는 종달새처럼, 사라집니다. 그녀는 없고 그녀의 시선, 그녀의 창백한 손, 빛을 받아 반짝이는 밀랍의 이마,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만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울려 퍼지며 높아지고 높아지다가 차츰 차츰 그녀를 대체하여 벽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만큼 커졌다가, 이 왜소한 소녀의 몸을 장엄히 바꿔버립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마담 에디트 피아프의 천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든 청중이 그것을 알아봅니다. 그녀는 자신을 넘어갑니다. 자신의 노래를 넘어갑니다곡조와 가사 저 너머로 나아갑니다.

그녀는 우리를 넘어 갑니다. 거리의 영혼이 도시의 모든 실내 안으로 쳐들어옵니다. 노래하는 이는 더 이상 에디트 피아프가 아닙니다. 쏟아지는 비입니다. 몰아치는 바람입니다. 자신의 빛자락을 깔아놓는 환한 달입니다. ‘어둠의 입이라는 말이 있지요. 이 말은 이 신의 말씀을 전하는 입을 위해 만들어진 듯합니다.”

- 장 콕토Jean Cocteau, 에디트 피아프 자서전, 『다복한 무도회에서 Au bal de la chance(présenté et annoté par Marc Robine. Jeheber ed., 1958)서문pré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