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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못의 귀향』

비평쟁이 괴리 2011. 8. 13. 22:31

김종철의 못의 귀향(시학, 2009)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세계이다. 이야기는 대체로 옛날의 신산한 삶을 애틋이 회상하는 일을 한다. 그 점에서 이야기는 위로와 용서, 거둠과 정돈의 역할을 하는 것, 다시 말해 격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을 넉넉히 받아들이게 하는, 통풍 잘 되는 바구니 같은 것이다.

독특한 것은 그의 이야기가 은밀하게 두 이야기로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삶 이야기말 이야기.’ 그것은 그의 삶 이야기가 충분히 다스려지지 않는 데서 나온다. 즐겁게, 흔감히 추억하지만 뭔가가 못에 걸린 듯 떨어져 그 스스로 못이 되어 몸의 어느 구석을 슬그머니 찌른다. “못의 귀향못의 귀환이다. 가령, 식구들이 밤새 잘 발라 먹은 닭뼈라든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는) “불어터진 국수같은 것이 그런 못들이다. ‘말 이야기. 어느새 그러나 기필코, 떨어지고야 마는 이 못들을 다시 다듬기 위해서 동원된다. “아직도 그리워합니다아직도같은 어휘, “, 정말 입 밖에 낼 수 없는 / 큰 똥통이었습니다같은 진술이 말 이야기의 기능을 잘 보여준다.

말 이야기는 삶 이야기를 강화한다. 삶 이야기의 모난 데를 갈고 헤진 데를 깁는 방식을 통해서, 그렇게 한다. 말 이야기는 말 놀이이고, 말 놀이는 삶 이야기를 삶 놀이로 만든다. 김종철의 이야기 시는, 두 겹의 이야기를 통해, 놀이의 공간을 둥그렇게 순환케 한다. 돌면서 계속 웃음이 퍼져 나가게 한다. 간혹 흘리는 눈물도 순수한 아픔의 씨앗이었다가도 곧 웃음의 효과로 바뀐다. (2009.01.20)